러시아 통신규제당국이 암호화 메신저 ‘텔레그램’을 차단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러시아의 미디어·통신 감독기관 ‘로스콤나드조르’는 20일(현지시간) 텔레그램에 15일 이내에 메신저의 암호화된 내용을 해독하기 위한 키(암호키)를 정보기관인 연방보안국(FSB)에 제공하라고 통보했다. 로스콤나드조르는 만약 이 같은 지시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러시아 내에서 텔레그램 메신저 차단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조치에 앞서 러시아 연방대법원은 이날 암호키 제공을 요구한 FSB의 명령을 무효화해 달라는 텔레그램의 소송을 기각했다. 텔레그램은 FSB의 명령이 “시민의 헌법상 권리를 침해한다”고 주장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텔레그램 측은 “이용자들의 교신 비밀을 보호하는 것은 텔레그램의 의무”라며 대법원 판결에 즉각 상소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텔레그램과 FSB는 지난해부터 암호키 제공을 놓고 갈등을 빚어왔다. 2016년 7월 FSB는 러시아 내 모든 인터넷 정보 사업자들에게 온라인통신 암호해독 자료를 내놓으라고 명령했다. 암호화된 소셜미디어 등이 테러에 이용될 수 있다는 근거에서였다.

텔레그램이 명령을 이행하지 않자 FSB는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모스크바 법원은 지난해 10월 텔레그램에 과태료 80만루블(약 1400만원)을 내라고 판결했다. 텔레그램은 과태료 납부를 거부하고 항소심을 거쳐 대법원에 상고했지만 결국 이날 기각당했다.

파벨 두로프 텔레그램 공동창업자는 이날 러시아 당국의 메신저 폐쇄 위협에도 텔레그램은 이용자들의 교신비밀보호 정책을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스콤나드조르의 이번 조치로 가상화폐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려는 텔레그램의 계획이 타격을 받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사상 최대인 8억5000만달러(약 9100억원) 규모의 텔레그램 가상화폐공개(ICO)에 비관적인 전망이 드리워졌다”고 전했다.

이설 기자 solidarit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