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버 자율주행자동차에 의한 첫 보행자 사망사고 여파로 우버에 이어 도요타, 누토노미 등이 줄줄이 자율주행 시험 운행을 중단하고 있다. 기술이나 법·제도적 보완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서다. 무인 자율주행 단계까지 갔던 기술 개발이 규제 움직임에 지연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도요타는 2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와 미시간 주에서 진행해온 자율주행차 시험 운행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브라이언 리온스 도요타 대변인은 “이번 사고가 테스트 차량 기사들에게 감정적 영향을 줄 수 있어 자율주행차 시험 운행을 한시적으로 중단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진이 설립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누토노미도 보스턴에서 진행해온 자율주행 시험 운행을 중단했다. 보스턴 공공도로에서 운행을 중단해달라는 시 교통당국의 요청을 받아들인 것이다.

이는 지난 19일 세계 최대 승차공유 업체인 우버의 자율주행차가 애리조나주 템피 인근 교차로에서 자전거를 몰던 40대 여성을 치어 숨지게 한 데 따른 것이다. 우버는 사고가 발생하자 북미 전역에서 진행하던 자율주행차 시험 운행을 전면 중단했다.

자율주행 관련 사망사고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6년 5월 플로리다에서 한 운전자가 테슬라의 모델S를 자율주행 모드인 ‘오토파일럿’ 상태로 몰다가 트럭과 충돌해 사망했다. 미국 자동차공학회(SAE)는 자율주행 기술을 레벨 0~5까지 6단계로 구분하는데, 당시 테슬라 차에 적용된 기술은 운전자가 상시 전방을 주시하고 적극적으로 상황에 대처할 필요가 있는 ‘레벨2’ 수준이었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도 당시 사고 책임이 운전자에게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우버는 이번 사고 때 레벨 3~4단계 자율주행 시험 운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레벨3는 운전자의 ‘한시적 주의’가 필요한 수준이며, 4단계는 운전자의 역할이 거의 필요하지 않은 단계다. 자율주행 기술의 신뢰성에 논란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다. 다만 현지 경찰은 우버 측 과실이 없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실비아 모이르 템피 경찰국장은 “사고 차량에 설치된 블랙박스 영상 판독 결과 자율주행 차량보다 피해자 여성의 과실이 클 수 있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 사고가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가속화하려던 미국 의회의 노력을 복잡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미 하원은 작년 9월 ‘미래 자동차 혁명에서 안전을 강화할 연구·운행을 위한 법안’(일명 자율주행법안)을 통과시켜 자동차 회사들이 향후 3년간 각각 10만 대까지 자율주행차를 운행할 수 있도록 했다. 상원도 이 법의 심의를 진행해왔다.

미국에서는 캘리포니아 애리조나 등 21개 주가 자율주행차량 관련 법안을 제정했으며, 7개 주는 주지사가 행정명령으로 자율주행차 운행을 허가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자율주행차 교통사고에 대한 명확한 처리 규정은 없다. NHTSA는 자율주행차에도 일반 교통법규를 적용하고 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