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까지 대만은 한국, 홍콩, 싱가포르와 함께 ‘아시아의 네 마리 용’으로 불렸습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대만의 경제 성장률은 눈에 띄게 둔화되기 시작했습니다. 성장이 정체되면서 대만 근로자의 임금은 15년 가까이 제자리에 멈춰서 있지요. 현재는 다른 세 나라보다 크게 낮은 것은 물론 비교 대상조차 되지 않았던 멕시코와도 별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하네요.

대만 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대만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1228달러(약 138만원)로 조사됐습니다.

대만 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대만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1288달러(약 138만원)로 조사됐다. 이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대만의 3분의 1에 불과한 멕시코의 근로자 평균 월급(1276달러)과 비슷한 수준이지요. 1인당 GDP가 비슷한 한국(약 400만원)의 35%에 불과합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작년 1인당 GDP는 한국이 2만9730달러, 대만 2만4511달러, 멕시코가 9249달러였습니다.

대만 근로자의 임금이 좀체 오르지 않은 것은 수출 중심 경제구조 탓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대만 경제를 떠받쳤던 제조업 분야에서 중국과의 수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대만의 경제 성장이 주춤해졌고 이로 인해 기업 실적도 나빠져 근로자의 임금이 올라가지 못했다는 겁니다.

15년 전까지만 해도 대만의 임금은 제조업 분야에서 미국과 중국으로의 수출이 늘면서 꾸준히 상승했습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중국 기업이 저렴한 노동력을 앞세워 대만과 같은 산업에서 경쟁력을 키워나가자 대만 기업은 세계 시장에서 밀려나기 시작했지요. 중국 기업과 경쟁하기 위해 대만 기업은 임금을 포함해 비용을 절감해야 하는 처지에 몰렸습니다. 전문가들은 “IMF를 비롯해 대부분 국제기구가 대만을 선진경제국으로 분류하지만 임금만 보면 개발도상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임금이 오르지 않자 대만의 숙련 근로자는 중국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초급 수준 근로자 임금은 대만의 약 60% 정도에 불과하지만, 숙련직 종사자의 임금은 대만보다 20~30%가량 많다고 합니다. 중국 정부가 최근 대만인이 중국에서 일하거나 투자하기 쉽게 하는 정책을 내놓은 것을 고려할 때 중국행을 택하는 대만 근로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결국 국민이 잘 살기 위해선 기업이 잘 돼야 한다는 것을 대만이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최근 기업을 옥죄는 정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는 한국 정부가 주시해야 할 대목인 것 같습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