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대북 비밀대화…"북측 '핵 가졌다면 카다피 종말 그랬을까' 매번 질문"
"백악관 최고전략보좌관 등 美 인사들뿐 아니라 정의용 실장도 수개월 전 만나"

영국 출신의 너지 데바 유럽의회 한반도대표단장이 남북, 북미 정상회담 개최 예정으로 대변되는 급격한 한반도 긴장완화 정세 조성을 위해 일반적 관측을 훨씬 뛰어넘는 폭넓은 중재 활동을 펼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4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통해 3년 동안 북한과 14차례 비밀대화를 가졌다고 밝힌 데바 단장은 20일 독일 공영 국제방송 도이체벨레(DW) 인터뷰에서 미국 대통령의 최고위 전략보좌관을 비롯해 백악관 인사들뿐 아니라 수개월 전 청와대에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도 만났다고 밝혔다.

데바 단장은 미국이 유럽의회 한반도대표단의 대북 비밀대화를 인지하고 있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긍정한 뒤 "워싱턴에서 미국 국무부 관리들을 만나고 백악관에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보좌관들도 만나 대북 대화 내용을 전달했다"면서 "미 대통령 최고위 전략보좌관과도 수 시간 회동했다"고 대답했다.

여기서 최고위 전략보좌관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에 상응하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직위를 일컫는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데바 단장은 지금 그 자리에 있는 허버트 맥매스터를 특정하지 않았다.
유럽의회 한반도단장 "북미 금지선 넘으면 대화 깨져 전쟁 위험"
데바 단장은 정의용 실장을 만난 사실을 전하면서는 "정 실장도 내가 북한 인사들을 만나는 것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고는 "모든 중요한 당사국 플레이어들, 다시 말해 중국, 미국, 남한, 일본 인사들이 모두 이를 알고 있었다"고 부연했다.

그는 대북 비밀대화의 상대는 매번 같았는지, 다양했는지를 묻자 "권부가 보낸 사절단, 대사관과 부처 인사들로 다양했다"고 답하고 대화의 핵심 테마는 "무엇보다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으려는 북한은 비핵화를 전제조건 삼는 것을 항상 거부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핵 프로그램은 타협할 수 없다고도 말한 적이 결코 없다"면서 "그들의 입장에서 비핵화는 한 과정의 시작(사전 전제조건 의미)이 아니라, 결과여야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데바 단장은 그러나 "문제는 북한이 핵무기와 결별하지 않는 한 유럽연합(EU)과 미국은 대화에 나설 태세를 갖추지 못하겠다고 말하는 것"이라면서 "그래서 여태껏 팽팽한 대치상태가 이어진 것"이라고 짚었다.

데바 단장은 특히, 대북 대화에서 "내가 비핵화를 주장할 때마다 북한 인사들은 카다피와 사담 후세인의 종말을 상기했다"면서 "그들은 매번 내게 '카다피가 핵무기를 가졌었어도 그와 같은 종말을 맞았을 거로 보느냐'라고 물었다"고 전했다.

그는 대북 비밀대화가 가져온 진전은 "어떻든 신뢰를 회복한 것"이라고 자평한 뒤 "신뢰 회복은 서로에 (넘어서는 안 되는) 레드라인을 인정하는 걸 뜻한다"면서 "이 금지선을 인정하지 않고 대화를 시작하면 그건 깨지고, 매우 위험해져 결국 전쟁으로 치달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에 관해서는 "어떤 미국 전문가들이 금지선을 넘지 않으면서 충분한 지식을 가지고서 협상에 나설지 모르겠지만 이건 하나의 매우 민감한 소재이며 대화 그 자체보다 대화 준비가 훨씬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