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도안 대통령 "아프린 완전 장악"… 터키·반군기 휘날리고 쿠르드 상징 파괴돼
쿠르드 "게릴라전 벌이며 저항" 다짐


터키가 시리아내전의 혼돈 속에 시리아 북서부 쿠르드 지역을 점령했다.

'올리브 동산', '쿠르드의 산' 아프린에 붉은 터키국기가 나부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시리아 북서부 아프린을 '완전히' 장악했다고 선언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오전 차나칼레에서 열린 차나칼레전투(갈리폴리전투) 승전 기념행사에서 "테러범들이 이미 꽁지가 빠져라 도망갔다"며 "아프린 한복판에 테러주의자의 넝마쪽 대신 신뢰와 안정의 상징이 휘날리고 있다"고 소리쳤다.

터키가 아프린에서 쿠르드 민병대 '인민수비대'(YPG)를 몰아내는 군사작전(작전명, 올리브가지)을 전개한 지 약 두 달 만이다.

YPG는 미군 주도 국제동맹군과 함께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 격퇴전에서 싸웠으나 터키는 이들을 자국의 쿠르드 분리주의를 자극하는 최대 안보위협으로 인식한다.

터키군과 연계 시리아 반군은 이날 아프린주 주도 아프린시 주요 구역에 진입했으며, 건물 곳곳에 터키 국기와 '자유시리아군'(FSA) 깃발이 휘날렸다.

반군 조직원들은 아프린 중심부에 있는 쿠르드인을 상징하는 동상을 쓰러뜨려 파괴하고, 반군기(旗)를 펼쳐 들며 승리에 도취한 함성을 질렀다.

YPG는 아프린 도심 철수를 사실상 시인하며, 게릴라전으로 저항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아프린 행정당국에 해당하는 아프린 집행위원회는 오트만 셰이크 이사 공동의장 명의의 성명에서 "아프린의 구석구석을 모두 수복할 때까지 저항이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사 의장은 우리 부대가 기회를 놓치지 않고 터키군과 그 용병 주둔지를 공격할 것"이라며 "아프린 일대 우리 부대가 그들에게 악몽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포성 속에 뒤늦게 피란을 떠나는 주민 행렬도 계속 이어졌다.

터키군에 포위된 아프린에서는 15∼17일에 대탈출이 벌어졌다.

영국에 본부를 둔 시리아내전 감시단체 '시리아인권관측소'에 따르면 이 사흘 동안 20만 명 이상이 아프린에서 도망쳤다.

터키군의 도심 폭격에 15일부터 민간인 희생이 속출했다.

터키군의 침공으로 아프린에서 숨진 민간인은 280명이 넘고, YPG 대원도 1천500명 이상이 전사한 것으로 시리아인권관측소는 집계했다.

세계식량계획(WFP)은 아프린에서 빠져나온 피란민에게 식량을 배포하고 있다.

농업이 발달한 '올리브의 땅' 아프린은 시리아내전 중에도 안정을 유지해 쿠르드 정주민뿐만 아니라 전쟁터를 피해 온 아랍인과 소수 민족에게 안식처가 됐다.

이번 군사작전 전까지 아프린에는 정주민과 피란민이 적게는 35만 명 많게는 70만 명이 살았다.

터키는 아프린을 '점령'할 의도가 없다고 밝혔으나 이미 치안부대를 배치하고 난민캠프를 설치하는 계획이 진행 중이다.

시리아 쿠르드의 반(半)자치기구 '로자바'는 아프린주(州, 칸톤)를 포함해 북부 일대에 자치구역을 설립하는 목표를 세웠으나 이번 군사작전으로 이 계획은 일단 물거품이 됐다.

서방은 터키의 군사작전에 우려를 나타내면서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동맹국인 터키의 군사작전에 제동을 걸지는 않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