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를 실질적으로 통치하는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사진)가 중동 내 최대 경쟁국인 이란을 강력 비판했다. 핵무기 대응 방침까지 내놓으며 중동 지역의 정세 불안이 핵 경쟁으로 비화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빈살만 왕세자는 15일(현지시간) 일부 공개된 미국 CBS 방송의 시사 프로그램 ‘60분’에서 “사우디는 핵무기 보유를 원하지 않지만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한다면 우리도 최대한 신속히 같은 패를 낼 것”이라며 이란의 결정에 따라 중동에서 핵무기 개발 경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란과의 경쟁이 이슬람을 위한 싸움이냐는 질문에 “이란은 사우디의 경쟁자가 될 수 없다”며 “이란 군사력은 전 세계 이슬람 국가 중 5위 안에도 들지 못하고 경제력도 사우디에 훨씬 못 미치기 때문에 상대가 될 수 없다”고 단언했다.

빈살만 왕세자는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에 대해서도 “중동의 새로운 히틀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중동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모습이 매우 닮았다”고 독설을 내뱉었다.

사우디는 원자력발전소가 없어 현재로선 낮은 수준의 원자력 개발도 할 수 없다. 먼저 1400㎿급 원자로 2기를 건설하는 200억달러(약 21조4200억원) 규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에 미국이 뛰어들면서 사우디에 우라늄 농축과 사용 후 연료 재처리를 허용할 수 있다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우라늄 농축과 사용 후 연료 재처리가 가능한 나라는 언제든지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5년 체결된 이란 핵협정(JCPOA: 포괄적공동행동계획) 파기를 거론하는 것도 중동 핵개발 경쟁을 자극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핵협정이 파기되면 이란도 이를 빌미로 핵무기 개발에 나설 가능성이 있어 중동 지역이 핵폭풍에 휩싸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