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 또 'M&A 회오리'… 이번엔 전 회장이 인수 추진
미국 통신칩 제조회사 퀄컴의 폴 제이컵스 전 회장(사진)이 회사를 직접 인수하기 위해 투자자를 모으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퀄컴 공동 창업자 어윈 제이컵스의 아들이기도 한 그는 최근 몇몇 글로벌 투자자에게 접근해 퀄컴 인수를 제안했다. 투자자 중에는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소프트뱅크는 1000억달러(약 106조원) 규모의 비전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제이컵스 전 회장은 이사회에도 자신의 인수 계획을 알렸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 같은 움직임이 알려진 것은 싱가포르계 반도체 회사 브로드컴의 인수 시도가 무산된 지 사흘 만이다. 브로드컴은 부채를 포함, 1460억달러(약 155조원)에 퀄컴을 인수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2일 ‘국가 안보’를 이유로 인수 금지 행정명령에 서명했고, 이틀 뒤인 14일 브로드컴은 인수 포기를 공식 선언했다.

제이컵스는 2005~2014년 퀄컴 최고경영자(CEO)를 지냈다. 지난 9일엔 브로드컴의 적대적 인수 시도에 반대하다가 찬성 측 이사들의 견제로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퀄컴 이사직은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보유 지분은 0.1%에 못 미친다. 뱅가드, 피델리티 등 기관투자가들이 대주주다.

FT는 비전펀드 자금이 퀄컴 인수에 투입되면 복잡한 상황이 될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퀄컴도 비전펀드 출자자 중 하나인 데다 퀄컴과 특허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애플 역시 비전펀드에 투자했기 때문이다.

이설 기자 solidarit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