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자인 게리 콘을 대체하기에 탁월한 선택이다.”

14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의 신임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으로 경제평론가인 래리 커들로가 내정되자 월스트리트저널은 사설에서 이같이 반겼다. 커들로 내정자는 감세와 규제 철폐, 자유무역 등을 주장해온 정통 시장경제주의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원칙은 중국엔 적용 예외다. 커들로는 내정된 뒤 첫 일성으로 중국이 통상보복을 자초했으며, 미국을 중심으로 각국이 뭉쳐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에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커들로 "무역도 연합군 필요"… 통상전쟁 '중국 대(對) 세계' 구도 만드나
◆親시장·기업·자유무역주의자

미 CNBC 방송에서 커들로 내정자와 4년간 방송을 함께한 짐 크레머 경제평론가는 “커들로는 친(親)시장, 친성장, 그리고 ‘슈퍼’ 친기업주의자”라고 평했다. 커들로는 트럼프 정부의 수입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 방침에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칼럼을 썼을 정도로 자유무역 신봉자기도 하다.

그런 만큼 그는 콘의 낙마로 윌버 로스 상무장관과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OTMP) 국장,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 보호무역론자만 남은 백악관에서 이들을 견제하며 ‘균형추’ 역할을 할 전망이다.

커들로 내정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너서클’로 분류된다. 워싱턴포스트는 “커들로는 대통령과 개인적, 정치적으로 인연을 맺은 사람”이라고 보도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고향 뉴욕의 옆동네) 뉴저지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며, 트럼프의 저돌적 면모와 주목받고 싶어하는 성향 등을 공유한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리스크를 분산하려고 커들로를 택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외 반대를 무릅쓰고 철강 관세라는 초강수를 던졌지만 13일 펜실베이니아주 연방하원 보궐선거에서 공화당이 패했다. 커들로 기용은 보호무역에서 자유무역으로 언제든 회귀할 수 있는 문을 열어둔 선택이란 얘기다.

커들로가 통상보다 감세, 인프라 투자 등 국내 경제업무를 주로 맡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그는 세금을 줄이면 기업 투자가 늘어 경제가 성장한다는 공급주의 경제학을 지지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두 번째 감세 패키지를 준비 중”이라고 밝힌 것은 커들로의 향후 역할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됐다.

◆“중국이 무역보복 자초”

커들로는 이날 내정 후 처음 한 C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기본적으로 일괄 관세에 반대하지만 중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데는 강하게 찬성한다”며 “그동안 중국이 미국의 지식재산권 등을 침해해왔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나아가 “미국이 우방국과 힘을 합쳐 중국에 대항하거나 중국이 규칙을 위반하고 있다는 점을 알려줘야 한다”며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전 때 보여준 ‘연합군’을 무역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커들로 내정자는 사석에서도 더 나은 대중 무역관계를 조성하기 위한 협상도구로 관세 부과를 지지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나바로 국장의 생각과 일맥상통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이 동맹국과 함께 중국으로 통상전쟁 ‘총구’를 돌리는 전략을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철강을 과잉생산해 저가 수출하는 중국의 전략이 모든 수입 철강에 대한 미국의 관세 부과 방침을 불러왔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구도로 통상전쟁 양상이 급변할 경우 한국은 이래저래 ‘샌드위치’ 처지가 될 수 있다. 미국과 다른 동맹국이 뭉치면 한국도 보조를 함께해야 하지만 최대 교역국인 중국에 보복을 당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커들로 내정자는 안정적인 달러 강세를 지지한다는 생각도 밝혔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