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무차관보 "틸러슨 경질은 핵합의 탈퇴 맥락"
'친북' 이란 "북미대화 지지… 미정부 믿지 못해"
이란 정부는 성사 가능성이 매우 커진 북미 정상간 대화와 관련, 기본적으로 환영한다는 뜻을 밝히면서도 결과를 부정적으로 내다봤다.

바흐람 거세미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14일(현지시간) 정례 내외신 브리핑에서 북미 대화와 관련, "실현된다면 이란은 국제평화와 안정을 재건하는 모든 대화와 노력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미국의 언행이 믿을 만하지 못하다는 것이 이미 증명됐다"면서 북미 대화의 성과는 낙관하지 않았다.

북한의 전통적인 우방인 이란이 최근 급진전 된 북미 정상대화에 대한 입장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등 서방은 두 정부가 탄도미사일 개발, 핵 프로그램 분야에서 긴밀히 공조한다고 의심한다.

이를 뒷받침할 만한 정황도 수차례 제기된 것도 사실이다.

이 때문에 이란으로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란 핵합의를 파기하겠다고 위협하면서 동시에 북핵 문제엔 전향적으로 대화하려고 나서는 극적인 변화와 진행 경과에 매우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국이 이란의 탄도미사일 개발도 핵 프로그램처럼 협상해 국제적으로 감시해야 한다고 압박하는 상황에서 북한이 자국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미국과 협상한다면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

이란은 탄도미사일 개발이 자주국방과 주권 문제라면서 절대로 협상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란을 비롯해 핵합의를 유지해야 한다는 유럽연합(EU)이 그간 핵합의를 파기하면 미국이 신뢰를 잃어 북핵 문제도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고 미국을 압박한 터라 북핵 문제가 해결되면 미국은 대(對)이란 압박에 더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

거세미 대변인은 또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을 갑자기 경질한 데 대해 "그런 방식의 해고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흔한 일"이라고 말했다.

거세미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틸러슨 장관의 경질에 대한 입장을 묻는 말에 이렇게 짤막하게 답하면서 "미국 내부 문제로 그런 식의 사태 전개를 그동안 여러 차례 목격했다"고 평가했다.

틸러슨 장관의 전격적은 경질을 놓고 이란 문제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과 시각이 다른 점이 한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틸러슨 장관은 국제적 약속인 이란 핵합의를 지키는 게 낫다는 시각이었던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파기하거나 재협상해야 한다고 고집했다.

이 때문에 이번 경질이 이란 핵합의의 유지엔 악재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와 관련,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차관보는 14일 "틸러슨 장관 경질은 미국이 정말 핵합의에서 탈퇴하려는 맥락에서 이뤄졌거나 최소한 (핵합의 탈퇴가) 경질의 한 이유였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가운데 유럽 측은 미국이 핵합의를 지키도록 설득하고 있는데 어느정도 성공할 지는 두고 봐야 한다.

그들이 미국에 기운다면 이란을 잃게 되기 때문에 지금 백척간두에 서 있다"면서 유럽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핵합의에서 발을 뺀다면 우리도 탈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