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최대 은행 ING가 13일(현지시간) 랄프 해머스 최고경영자(CEO)의 보수를 50% 올린 300만여 유로(약 39억6000만원)로 지급하려던 계획을 국내 여론의 격렬한 반발에 따라 철회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ING 감독이사회는 앞서 지난 주 해머스 CEO의 고정급여를 이같이 인상하고 그에게 87만5000달러 규모의 후배주(後配株)를 수여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후배주란 보통주보다 이익배당 또는 잔여재산 분배 등에 있어서 후순위인 주식이다.

하지만 이사회의 계획에 네덜란드 정치권이 강하게 반발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네덜란드 정부로부터 받은 구제금융으로 회생한 ING의 CEO에게 이처럼 높은 보수 인상을 해주는 것은 정당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이후 ING는 대출받은 금액에 이자까지 붙여 약 50억유로를 정부에 상환했다.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는 “ING는 일반적인 기업이 아니다”라며 “실제로 은행은 준정부적인 조직이며 경영이 어려워지면 국민 세금에 의존한다”고 ING 이사회 결정을 비판했다.

FT는 “의회에서 99%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정당들이 일제히 ING의 움직임을 비난했다”고 전했다. 네덜란드는 다음 주 지방 선거도 앞두고 있는 상태다. 제로엔 반 데르 비엘 의사회 의장은 “CEO 급여 인상을 제안한 것은 이사회의 책임이며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우리나라의 민감한 사안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을 과소평가했다”고 사과했다.

이설 기자 solidarit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