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언론, 폼페이오 과거 적대 발언 주목…美와 무역·외교갈등 격화예상
중국,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내정에 긴장… '중국위협론' 재개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을 전격 경질하고 후임에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내정하자 중국도 놀라는 기색이 역력하다.

북한 핵 문제 이외에 미국과 외교·무역 갈등까지 겪는 중국으로선, 온건파인 틸러슨 국무장관을 상대하면서도 어려움이 많았는데 이제는 대표적인 매파로 분류되는 폼페이오 내정자를 상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14일 베이징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지도부는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로 바쁜 가운데서도 국무장관 교체 관련한 미 행정부의 행보를 예의주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 무역 문제에 대해 강경한 데다 중국에 비판적인 폼페이오 국장까지 국무장관에 내정됨에 따라 중국 또한 긴장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실 중국에선 틸러슨 장관과 폼페이오 내정자에 대한 인식이 크게 대비된다.

틸러슨 장관은 지난해 3월 취임 후 첫 방중에서 날을 세우기보다는 미중 협력을 강조했는 가하면 중국의 중요 방침이었던 '신형 대국 관계'를 두 차례 언급해 그 이후 친중 성향 인사로 받아들여졌다.

이와는 달리 폼페이오 내정자는 지난 1월 BBC와 인터뷰에서 서구에 은밀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중국의 행태가 러시아의 미국·유럽 전복 시도 만큼 우려스럽다고 말하는 등 중국을 겨냥한 비우호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중국 언론매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틸러슨 장관 해임 소식을 일제히 긴급 속보로 전하면서 놀라움을 표시했다.

특히, 이번 국무장관 교체가 미국의 대중 및 대북정책에 미칠 영향에 대해 관심을 보였다.
중국,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내정에 긴장… '중국위협론' 재개 우려
관영 환구시보(環球時報)와 글로벌타임스는 공동 사설에서 북한과 미국이 갑자기 정상회담을 하기로 하는 등 미국 외교의 불확실성이 비교적 커진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틸러슨 장관을 해임한 점에 주목했다.

이들 신문은 "트럼프 진영에서 떠나는 인사들은 후임자보다 온화한 탓에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물갈이로 미국이 대외 강경책을 채택할 확률이 높다"면서 "틸러슨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에 제동을 걸었던 것과는 반대로 폼페이오 국장은 가속 페달을 밟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우려했다.

이어 "하지만 미국의 외교 수단은 제한적이라 대외 정책을 마음대로 할 수는 없다"면서 "미국 사회는 트럼프 행정부가 다른 국가와 심각하게 충돌하기를 원치 않기 때문에 트럼프 진영에 강경파가 증가한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더욱 강경해진다는 분석은 정확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이들 매체는 "처음 트럼프 진영이 구성됐을 때 강경하다는 평가를 들었지만 어려운 문제에 직면해 내부에서 다른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으며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라면서 "다만 폼페이오 국장은 CIA 국장 재직하면서 중국이 미국의 경쟁자이며 대미 정보 위협은 러시아보다 크다고 말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폼페이오 국장의 이런 대중국 사고는 국무장관을 맡으면서 객관적인 인식으로 전환되길 바란다"면서 "왜냐하면 중미 관계는 매우 중요해 역대 미국 정부가 대중국 현안을 처리할 때 상호 존중을 해왔는데 이런 방식이 중미 관계 악화보다 낫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관찰자망(觀察者網)은 트럼프 대통령이 또다시 뒤흔들었다고 표현하면서, 틸러슨 장관은 해임 소식을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를 통해 알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문제와 관련해 틸러슨 장관과 의견 충돌을 인정했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정상회담에 동의한 것은 자신의 결정으로 틸러슨 장관으로부터 의견을 구하지 않았다고 밝힌 점에도 주목했다.

신경보(新京報)는 트럼프 대통령과 틸러슨 장관의 불화설이 예전부터 흘러나왔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을 무시하는 듯한 틸러슨 장관의 태도를 참지 못하고 해고한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놨다.

중국중앙(CC)TV는 미국 매체들을 인용해 틸러슨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이란 문제 등 외교 정책을 놓고 갈등이 많아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으며 5월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뤄져 주목된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