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만나기로 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깜짝 놀라운 결정은 그간 미국이 이행해온 '최대 압박' 전략의 결과물일 수 있지만, 한국 정부의 민첩한 외교적 묘책들에 촉발됐다고 미국 CNN 방송이 10일(현지시간) 전·현직 미 관리들과 외교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정상회담 결정을 끌어낸 것은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조성된 남북 간 분위기라고 말하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김정은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의 특사 방남을 포함해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로 촉발된 외교적 공세를 언급하면서 트럼프의 결정을 끌어낸 것은 "지난 3주일에 일어난 일들"이라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한국이 북한의 많은 도움으로 준비했다.

미국 정부 내, 허버트 맥매스터 등 강경파의 군사옵션, '코피 전술' 등 잡음에도 불구하고 트럼프에게 북미정상회담을 내민다면 그가 거부할 수 없으리라는 점을 알았다.

한국은 트럼프를 다루는 법을 알았다"고 덧붙였다.

방송은 트럼프의 허영심과 스타가 되려는 열망에 호소함으로써 군사옵션을 요구하는 강경파들을 약화하고 트럼프에 외교적 해법을 설득할 수 있다는 게 한국 정부의 판단이었다고 봤다.

이에 따라 5개월 전만 해도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리틀 로켓맨'과 협상을 시도하느라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던 트럼프 대통령이 180도 방향을 바꿔 김정은을 만나기로 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이 '화염과 분노'의 고삐를 놓지 않고 있었지만, 대화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었고, 틸러슨 장관도 기자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한동안 대화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할 정도였다.

이런 가운데 한국 정부가 트럼프에 대화를 은근히 부추겼다.

한국 특사단이 가져온 김정은의 북미정상회담 제안은 너무나 예상 밖이어서 틸러슨 장관이 오래전 계획된 아프리카 순방 일정에 나서 자리를 지키지 못할 정도였다고 방송은 전했다.

다만 방송은 오는 5월 안에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은 너무 갑자기 나온 데다 북미정상회담 개최의 전제조건들도 없는 대목에 의문을 품고 있다고 전했다.

헤리티지재단의 선임 연구원 브루스 클링너는 "트럼프가 충동적으로 결정한 것 것처럼 비친다"고 추정했다.

클링너는 트럼프 정부가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3명 석방 등 북미정상회담 대가로 뭔가를 요구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정상회담은 외교에서 최고의 카드다.

트럼프가 대가로 아무것도 얻지 않은 채 써버린 것 같다"며 "트럼프가 많은 협상의 지렛대를 날려버렸다"고 봤다.

다만 방송은 "트럼프의 예측 불가성은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보장하지는 않는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북한에 의한 구체적인 조치와 구체적인 행동을 보지 않고는 그러한 만남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의 정례브리핑 발언을 꺼냈다.
CNN "트럼프의 북미정상회담 결정은 한국의 외교적 묘책 덕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