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얼굴을 맞대기 전까지는 북한의 협상조건이 올바른지 알 수 없어"
'탐색적 예비대화→본협상' 경로 제시…"냉정하고 현실주의적일 필요"


아프리카 순방에 나선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8일(현지시간) 북한이 미국과의 '비핵화' 대화 의지를 표명한 것과 관련, "긍정적 신호"로 평가하면서도 본격적인 협상 단계로 진입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북한의 진의를 파악하기 위한 탐색전 성격의 예비대화를 거쳐 본협상으로 들어가는 단계적 경로를 제시했다.

틸러슨 장관은 이날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를 방문한 뒤 기자들에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대로 남북 간 대화를 통해 잠재적으로 긍정적인 신호들이 북한에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문재인 대통령과 매우 매우 긴밀한 의사소통을 하고 있다"며 "그들(한국 측)은 우리에게 (북한과의) 만남의 내용 등에 대해 지속적으로 알려주고 있으며, 우리 또한 그들에게 조언을 제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러나 "북한과의 직접 대화라는 관점에서 볼 때, 협상까지는 먼 길이 남아 있다"며 "우리는 이에 대해 매우 냉정하고 현실주의적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 첫 번째 단계는 대화를 하는 것, 즉 '대화에 관한 대화'를 하는 것일 것"이라며 "왜냐하면 우리는 북한의 대표들과 직접 얼굴을 맞대고 만날 수 있을 때까지는 그(북한이 밝힌) 조건들이 협상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하기에 올바른 것인지를 알 수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것이 현재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틸러슨 장관은 이와 함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다양한 결의로 뒷받침돼온 압박 캠페인의 목적은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적인 한반도의 비핵화를 이루도록 하는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앞서 틸러슨 장관은 지난달 미국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에 대해 "이것(북핵 해결)을 외교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함께 일해야 할 사람"이라며 "나는 북한이 나에게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하기를 귀 기울이고 있다.

그들이 나에게 알릴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틸러슨 장관은 아프리카 순방 일정으로 인해 문 대통령의 특사단 자격으로 방북, 김 위원장과 만난 뒤 이날 방미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을 면담하지는 못한다.

틸러슨 장관은 에티오피아를 시작으로 케냐, 지부티, 차드, 나이지리아 등 아프리카 5개국을 차례로 방문해 테러 문제 등을 논의한다.
틸러슨 "대화에 관한 대화가 첫 단계… 협상까지는 먼 길"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