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초반 다니이 아키오 마쓰시타전기산업(현 파나소닉) TV사업담당 전무는 당시 잭 웰치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회장으로부터 “GE와 마쓰시타TV 간 합작사를 만들자”는 제안을 받았다. 당시는 일본 가전회사들이 거칠 것 없이 세계 시장을 제패하던 시절. 다니이 전무는 “(마쓰시타전기가 글로벌시장 경쟁에서) 절대로 패배할 일은 없다”며 GE 측 제안을 단칼에 거절했다. 일본 측 답변을 들은 웰치 회장은 일본 기업에 “미국 회사들이 당한 것과 같은 일을 여러분도 언젠가는 경험할 때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7일로 일본의 대표적인 정보기술(IT)기업 파나소닉이 창사 100주년을 맞는다. 파나소닉은 2차 세계대전 후 일본 경제 성장과 궤를 같이하며 세계 유수의 가전업체 지위를 구축했던 회사지만 현재 위상은 1980~1990년대에 크게 못 미친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한국 기업과의 경쟁에서 뒤처졌기 때문이다.

일본에선 창사 100주년을 맞는 파나소닉이 본격적인 반격작업으로 후발업체에 빼앗긴 위상을 되돌릴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파나소닉은 2017회계연도(2017년 4월~2018년 3월)에 매출 7조9500억엔(약 80조5295억원), 영업이익 3500억엔(약 3조5453억원)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매출 7조3436억엔, 영업이익 3436억엔을 거둔 2016회계연도보다는 낫지만 매출 9조엔(약 91조1400억원) 이상을 기록한 10년 전에는 여전히 못 미치는 수치다. 10년 전만 해도 파나소닉은 삼성전자보다 큰 회사였다. 이후 파나소닉 매출은 1조엔(약 10조1309억원) 넘게 줄어든 반면 삼성전자 매출은 파나소닉의 세 배에 달하는 239조5753억원(2017년)으로 늘었다.

삼성전자와 파나소닉의 위상이 엇갈린 때는 거액을 투자한 패널생산이 한국 기업과의 경쟁에서 패배한 것으로 드러난 2011년 경영위기가 주로 거론된다. 웰치 회장의 경고처럼 후발주자에 밀린 파나소닉은 주력인 TV사업을 축소하고 북미시장에서 철수했다.

최근 들어 파나소닉은 가전·IT업체라기보다는 자동차 관련 업체로의 변신을 추구하고 있다. 소형 전기차나 오토바이용 섀시, 전기차용 배터리, 자동차 부품 등의 분야를 강화하며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를 넘어설 것이란 기대는 크지 않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