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명문대로 꼽히는 미국 하버드대가 브라질 천연자원에 투자했다가 실패해 체면을 구겼다고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가 4일 보도했다.

하버드대 기금을 운용하는 하버드매니지먼트컴퍼니(HMC)는 1억5000만달러(약 1624억원)를 투입한 브라질 천연자원 개발사업에서 손을 떼기로 했다. 이에 따라 40억달러였던 글로벌 천연자원 투자펀드의 자산가치도 29억달러로 조정했다.

하버드대, 투자 성적은 'F'
N P 나르베카르 HMC 최고경영자(CEO)는 “천연자원 투자가 그동안 높은 수익을 가져왔으나 현재 중대한 도전에 직면했다”며 브라질 투자 중단 이유를 설명했다.

하버드대가 브라질 자원 투자에 관심을 가진 것은 2012년이다. 제인 멘딜로 당시 HMC CEO는 1990년대 미국 삼림자원 투자에서 이익을 올린 경험이 있었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자원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 삼림학 박사들과 다른 수재들을 활용하면 신흥시장에서 이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는 브라질 사모펀드인 고르디언바이오에너지와 손잡고 브라질 북동부 과달루페 지역의 관개 사업에 투자했다. 이 지역을 개발하면 각종 작물을 재배해 토마토, 설탕, 에탄올 등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버드대의 야심찬 계획은 2014년 브라질의 경제 성장세 둔화로 차질이 빚어지기 시작했다. 정치권이 부패 스캔들에 휘말리면서 정세 불안이 심해졌고 개발 사업도 지연됐다. 결국 하버드대는 브라질에서 특별한 수익을 올리지 못하고 투자를 포기했다. 대규모 손실에도 불구하고 멘딜로 전 CEO는 연간 보수로 1380만달러(약 149억원)를 받았으며, 천연자원 투자 책임자였던 알바로 아기레도 4년 동안 2500만달러를 받았다.

하버드대의 투자 실적은 미국 북동부 명문대들에 비해 하위권에 속한다. 미국 809개 대학(전문대 포함)의 최근 10년 평균수익률은 4.6%였다. 매사추세츠공과대(MIT)는 7.6%, 컬럼비아대 7.3%, 예일대는 6.6%를 기록했지만 하버드는 전국 평균에도 못 미치는 4.4%였다.

투자 전문가들은 하버드대가 자신의 역량을 너무 믿은 탓이라고 지적했다. 막대한 투자 규모를 과신해 고위험 자산에 투자하고, 외부 사모펀드 대신 직접 투자를 선호한 것이 패착이었다는 설명이다. 토머스 길버트 워싱턴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자만심이 하버드대에서 지난 10년간 발생했던 실수들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