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최대 연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와 전국인민대표대회)가 지난 3일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개막을 시작으로 18일간의 일정에 들어갔다. 5일에는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제시하고 국가주석의 임기 제한을 없애는 내용의 헌법 수정안을 논의하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작된다. 정협은 최고 정책자문기구로 공산당의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한국의 국회와 같은 역할을 하는 전인대는 헌법에 규정된 국가 최고 권력기관이다. 양회를 통해 중국의 앞날을 예측할 수 있어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빚으로 성장’ 않겠다는 중국

시진핑 '황제 대관식' 치를 전인대 개막… 3대 관전 포인트는
전인대 개막식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중국 정부가 내놓을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5일 정부 업무보고를 통해 지난해 중국 경제 평가와 함께 올해 경제 목표를 발표한다. 이 자리에서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목표치와 재정적자 규모, 소비자 물가지수 등 각종 경제지표 목표치를 공개한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전인대부터 질적 성장을 강조하며 성장률 7%대 유지를 뜻하는 ‘바오치(保七)’를 포기하고, 성장률 목표를 ‘6.5% 정도’로 제시했다. 이 같은 기조는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여 올해 역시 6.5% 안팎의 성장률 목표를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구체적인 수치를 발표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올해 재정적자 목표는 GDP 대비 2.7% 수준으로 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해 3%에서 소폭 하향 조정한 것이다. 중국은 2012년 이래 재정적자 목표치를 내린 적이 없다. 전문가들은 “올해 중점 추진할 경제정책으로 부채 축소를 통한 금융 리스크 방지를 내세운 것을 감안한 조치로 분석된다”며 “재정적자 축소가 실제 예산 감축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기집권 기반 마련

전인대에서 표결 처리될 헌법 수정안도 주목해야 할 포인트다. 현재의 중국 헌법은 1982년 제정돼 모두 네 차례 개정 작업을 거쳤다. 이번 개헌은 2004년 이후 14년 만에 이뤄지는 것이다.

개헌안은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사회주의 사상(시진핑 사상)’의 헌법 삽입과 국가주석 임기 10년 초과 금지 조항 삭제 등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1인 체제를 강화하고, 장기집권의 포석을 까는 핵심 조항들이 포함돼 있다.

‘시진핑 사상’은 지난해 10월 공산당 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당장(黨章·당헌)에 명기됐다. 이번 양회를 통해 헌법에까지 들어가면 당원이 아닌 모든 국민에게 적용되는 규율이 된다.

중국 안팎에서 적지 않은 비판이 제기됐던 국가주석 임기 제한 삭제는 시 주석의 장기집권을 법률로 보장하는 조치다. 전국에서 선출된 2980명의 전인대 대표 중 몇 명이 개헌안에 반대표를 던질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당이 모든 부분을 지배하는 중국에서 공산당 최고 권력기구인 중앙위원회가 제안한 개헌안을 전인대에서 부결시킬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전인대 대변인을 맡은 장예쑤이 외교부 상무부부장은 4일 베이징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로운 시대에 중국의 특색을 지닌 사회주의를 유지하고 발전시켜 나가는데 헌법의 핵심적인 역할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헌법을 적절하게 수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자쥔’ 요직 차지

국가부주석, 국무원 부총리단, 각 부처 장관 선출 등 국가 고위급 인선 내용도 주목된다. 시 주석 집권 2기를 보좌할 측근 그룹인 ‘시자쥔(習家軍)’이 요직을 차지할 것으로 관측된다.

가장 관심을 끄는 인물은 시 주석의 ‘오른팔’로 불리는 왕치산(王岐山) 전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와 경제책사로 꼽히는 류허(劉鶴) 공산당 중앙재경위원회 사무처장이다. 왕 전 서기는 국가부주석을 맡아 향후 중국의 대외정책을 총괄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코노믹스(시진핑의 경제정책)’의 설계자로 꼽히는 류 사무처장은 국무원의 경제담당 부총리와 인민은행장을 겸직할 전망이다. 그는 전통적으로 총리가 관장해온 경제정책을 진두지휘할 것으로 알려졌다.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의 경우 당초 예상대로 리커창 총리가 정부조직 수반인 국무원 총리에 유임되고, 리잔수(栗戰書)는 전인대 상무위원장, 왕양(汪洋)은 정협 주석, 자오러지(趙樂際)는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 한정(韓正)은 국무원 상무부총리, 왕후닝(王寧)은 사상·선전담당 상무위원이 될 것이 확실하다. 총 네 명의 국무원 부총리 중 다른 두 명엔 쑨춘란(孫春蘭) 전 공산당 통일전선부 부장과 후춘화(胡春華) 전 광둥성 서기 등이 거론된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