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석유기업 엑슨모빌이 러시아 국영석유회사 로스네프트와의 유전개발 합작사업을 대부분 포기하기로 했다. 미국의 러시아 제재로 인한 것이지만 저유가 상황이 결정타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엑슨모빌은 러시아령 북극해 지역(카라해)의 유전개발 사업에서 공식 철수할 것이라고 지난달 28일 공시했다.

엑슨모빌은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던 2012년 총 5000억달러(약 539조원) 투자 규모의 합작사업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미국과 유럽연합(EU)이 경제제재 조치를 취하면서 합작사업은 수년간 답보 상태였다.

그 사이 국제 유가가 급락했고 공급시장에도 변화가 생겼다. 합작사업 체결 당시 유가는 배럴당 90달러가 넘었지만 지금은 60달러 선이다. 많은 석유회사들은 거리가 먼 북극해 대신 개발부터 생산까지 사업주기가 짧은 미국 셰일원유 매장지역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엑슨모빌도 앞으로 5년간 텍사스주 서부의 퍼미언 분지 유전개발에 50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에드워드 차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리스크가 큰 북극해 사업은 배럴당 100달러 시대에는 좋아 보였을지 모르지만 60달러 선에서는 아무도 건드리지 않을 사업”이라고 말했다.

로스네프트는 “독자적으로 유전개발 사업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엑슨모빌의 기술력 없이 러시아가 종전처럼 유전개발에 동력을 내긴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엑슨모빌과 로스네프트, 인도·일본 기업들이 합작으로 추진하는 사할린 1호 유전개발 사업은 제재 조치에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