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 네 가지 '치명적 실패'] "꼬리가 몸통 흔들었다"… 달콤한 금융이익에 취해 '썩은 뿌리' 못 봐
“제너럴일렉트릭(GE)의 문제는 금융사업에 지나치게 의존한 데서 기인한다.”

브루스 그린월드 미국 컬럼비아대 재무관리학과 교수는 ‘수술대’에 오른 GE에 대해 이같이 진단했다. 잭 웰치 전 회장이 세운 GE캐피털이 한때 그룹 전체 영업이익의 60%를 차지할 정도로 커진 것을 두고 한 말이다. 미국 경제 성장기에 대출금융사업은 손쉽게 성장세를 거듭했다. ‘굴뚝산업’에 기반한 전통 제조업체에 유동화가 쉬운 금융자산은 분기별 실적을 조정하는 데 활용됐다. 동시에 단기적으로 주가 부양을 바라는 행동주의 헤지펀드 등 기관투자가의 입맛을 맞추는 데 더없이 좋은 도구였다.

부메랑으로 돌아온 금융사업

GE는 지난달 23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감사보고서에서 “미 법무부로부터 WMC의 모기지 판매 관련 법 위반 혐의로 법적 조치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GE는 2004년 부동산 모기지업체 WMC를 인수했다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가 불거진 2007년 매각했다.

지난 1월엔 GE캐피털의 보험사업 부채와 관련한 악재가 터졌다. 2004년 GE에서 분사한 젠워스파이낸셜이 과거에 판매한 보험상품 부채를 메우는 데 향후 7년간 150억달러를 쏟아부어야 한다고 회사 측은 발표했다.

시장에 충격을 준 것은 GE가 이런 막대한 규모의 부채를 지난해 3월에야 완전히 인식했다는 점이다. SEC는 GE가 관련 회계감사를 제대로 했는지 조사하고 있다.

금융 수익에 기댄 성장

GE캐피털은 미국 경제 성장에 힘입어 보험, 항공기 리스, 모기지를 아우르는 ‘거대한 짐승(behemoth)’으로 커졌다. 금융사업에서 벌어들인 이익은 GE 전체의 성장을 이끌었다. 반면 기술혁신과 제조업의 생산성 향상에 기반한 이익은 점점 감소했다. 웰치 전 회장이 퇴임한 2001년 GE캐피털 영업이익은 그룹 전체의 46%를 차지했다.

GE는 GE캐피털을 이용해 미국 정부에서 달러를 빌려 법인세율이 낮은 해외 사업에 투자했다. 가스엔진사업부터 헬스케어까지 GE의 모든 사업이 대출(레버리지)을 일으켜 사업할 수 있도록 해줬다.

GE캐피털은 또 펀드 연기금 등 주주 가치를 높이는 도구로 적극 활용됐다. 제조업 부문과 달리 금융자산은 매매가 손쉬워 분기마다 이익을 상향 조정하는 게 가능했기 때문이다. 기관투자가에 주가 부양 압박을 받는 경영진 입장에서도 마다할 이유가 없는 선택지였다.

하지만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더 이상 ‘요술방망이’가 통하지 않게 됐다. 애스워드 다모다란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는 “금융위기로 GE가 금융서비스 부문에서 경쟁력이 없다는 것이 판명됐다”고 평가했다. GE는 연방정부로부터 1390억달러를 빌려 연명할 수 있었다.

투자자 입맛에 맞춘 경영판단

잭 웰치의 후임 제프리 이멜트 전 회장은 2015년 4월 “제조업의 뿌리로 돌아가겠다”며 GE캐피털의 대부분 사업을 매각한다고 밝혔다. 40여개국 3만5000여 명의 직원을 둔 거대 조직은 항공, 에너지, 헬스케어기기 사업부문 등의 금융 기능만 남기고 쪼그라들었다. 2014년 기준 GE캐피털 자산 규모는 4990억달러, 순이익 70억달러였다. 잭 웰치의 유산은 웰스파고(부동산 및 소매대출), 블랙스톤(부동산), BMO(운송), 캐나다연기금(프라이빗에쿼티), 골드만삭스(뱅킹) 등으로 팔려나갔다.

GE는 실적 부진을 겪는 상황에서도 2014~2016년 자사주 매입에 490억달러를 썼다. 2015년 GE 주식 1.5%를 사들인 행동주의 투자자 트라이언펀드는 채권 발행을 통해 더 많은 자사주 매입을 요구했다. 하지만 실적이 뒷받침되지 못한 GE 주가는 이멜트 회장의 임기 동안 8% 오르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S&P500지수는 214% 상승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