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깃 매장을 미국에서 가장 편리하게 물건을 살 수 있는 장소로 만들겠다.”

브라이언 코넬 타깃 최고경영자(CEO·60)의 포부다. 미국 대표 유통체인인 타깃은 ‘아마존발(發) 유통혁명’에 대한 대응으로 본연의 강점인 오프라인 매장을 개편하는 전략을 택했다. 아마존이 압도적인 온라인 시장 지배력으로 전체 소매 매출을 잠식하면서 미국 유통업계에선 치열한 생존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아마존이 유기농 식품체인 홀푸드 인수와 무인매장 아마존고 개장으로 오프라인 시장 장악까지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일러스트=전희성 기자  lenny8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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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 판매를 강화하는 타깃의 전략은 온라인 쇼핑에서 아마존과 정면 승부를 벌이고 있는 미국 최대 유통업체 월마트와 비교된다. 시장에선 타깃의 전략이 월마트에 판정승을 거뒀다는 분석이 나온다. 투자자문사 MKM파트너스의 패트릭 매키버 애널리스트는 “타깃이 (다른 소매업체보다) 더 훌륭한 아마존의 경쟁자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투자자들의 관심은 타깃과 아마존의 승부 혹은 아마존의 타깃 인수 가능성으로 옮겨가고 있다.

매장에 집중한 전략으로 승부

코넬 CEO는 과감한 매장 중심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그는 2020년까지 기존 매장 1822개 중 1000개를 리모델링하고, 130개의 소형 매장을 여는 데 70억달러(약 7조54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미국에서 메이시스, 시어스 등 수십 곳의 유통체인이 9000개 점포를 폐쇄했고, 올해도 1만2000개 매장이 폐점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을 고려하면 예사롭지 않은 행보다. 그는 “소비자가 매장을 찾지 않으면 우리가 더 가까이 다가간다”는 방침으로 면적이 일반 점포의 3분의 1가량인 타깃익스프레스 매장을 적극 늘렸다. 기존에 진출하지 않았던 뉴욕, 시카고 등 대도시와 대학 캠퍼스로 파고들었다. 또 의류, 전자기기, 가정용품 등 특정 품목 진열에 집중했다.

코넬 CEO는 매장을 더 매력적으로 꾸며야 온·오프라인에서 모두 성공할 수 있다고 본다. 여전히 대부분의 소비자가 매장에서 물건을 사고, 온라인 구매 상당수도 매장 방문 후 이뤄진다는 것이 그의 관찰 결과다.

그의 전략은 적중했다. 소규모 매장의 수익성과 생산성은 일반 매장을 넘어섰다. 이들 중 개점 1년이 넘은 곳은 전년 대비 한 자릿수의 매출 증가율을 보였다. 온라인 매출도 2014년부터 매년 25% 이상 늘어났다.

2014년 위기 때 영입된 ‘유통 베테랑’

코넬 CEO는 타깃의 위기 상황에서 긴급하게 영입됐다. 2013년 말 타깃은 해커에 의해 고객 1억1000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태를 겪었다. 이듬해 5월 그레그 스타인하펠 당시 CEO가 책임을 지고 사퇴한 지 3개월 만에 코넬 CEO가 취임했다. 1962년 창립한 타깃 역사상 외부 인사가 수장 자리에 앉은 것은 코넬이 처음이었다. 그는 펩시, 월마트, 세이프웨이 등 유통업계에서만 30년 이상 경력을 쌓은 베테랑이다. 코넬의 CEO 선임 당시 타깃 이사회는 “문화를 바꾸고 조직을 결집할 리더”라고 그를 평가했다.

코넬 CEO는 ‘언제나 현장에 답이 있다’고 믿는다. 취임 후 미 전역의 타깃 매장을 찾아 쇼핑 경험에 대한 소비자 불만을 들었다. 형식적인 시찰이 아니라 매장 담당자와의 꼼꼼한 조율을 거치고 단골을 선별해 심층 면담을 했다. 고객 눈높이에서 발견한 문제들은 매장 인테리어와 진열품목을 개선하는 데 활용됐다. 2015년 당시 54억달러의 손실을 감수한 캐나다 매장 133곳의 폐쇄 결정도 코넬 CEO가 현장을 조사한 뒤 3주 만에 신속히 이뤄졌다.

코넬 CEO는 불우한 어린 시절을 극복한 입지전적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노동자 계층이 주로 사는 뉴욕 퀸스 화이트스톤에서 컸다. 6살 무렵 부모는 이혼했고 어머니의 심장병이 악화돼 외조부모에게 맡겨졌다. 소년 코넬은 틈날 때마다 눈 치우기, 잔디 깎기, 벽돌 쌓기 등 아르바이트로 돈을 모았다. 대학 시절엔 유통매장 직원으로 일하고 임시로 고등학교 풋볼 코치를 맡는 등 닥치는 대로 일해 UCLA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앤더슨경영대학원까지 마쳤다. 그는 “지금도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되뇌며 매일 깨어난다”고 말했다.

“월마트보다 나은 아마존의 경쟁자”

타깃은 의류 시장에서만큼은 아마존에 앞선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장분석업체 코어사이트리서치에 따르면 아마존에서 의류를 구입한 이들이 가장 많이 찾는 오프라인 유통업체가 타깃이다. 아마존은 매출 규모로 1위를 달리지만 대부분의 판매가 흰 티셔츠나 속옷 같은 저렴한 기본 제품에 집중돼 있다. 이에 비해 타깃은 높은 매장 접근성과 다양한 자체브랜드(PB) 출시를 통해 소비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PB 브랜드로 여성복 ‘어뉴데이’, 아동복 ‘캣&잭’, 가정용품 ‘클라우드아일랜드’ 등 자라, H&M 같은 전문업체 못지않은 제품 라인을 갖췄다. 캣&잭은 출시 1년 만에 20억달러(약 2조1300억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코넬 CEO는 최근 배달 서비스 경쟁에서도 아마존에 과감히 도전장을 내밀었다. 지난해 12월 고객을 대신해 물건을 사서 집까지 배달해주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쉽트를 5억5000만달러(약 5900억원)에 인수했다. 그는 쉽트를 통해 올여름까지 1822개 매장 가운데 절반, 연말 쇼핑 성수기까지는 대부분 매장에서 당일배송이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8월엔 현지배송 관리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그랜드정션도 인수했다. 온라인으로 주문한 뒤 주차장에서 상품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 ‘드라이브업’, 익일 배송 서비스 ‘타깃 리스톡’도 본격 시행할 예정이다.

타깃을 월마트보다 강력한 아마존의 경쟁자로 평가하는 투자자도 많다. MKM파트너스는 타깃이 쉽트를 인수하자 “배달 서비스에서 뚜렷한 경쟁 우위를 얻을 것”이라며 목표주가를 66달러에서 77달러로 높였다. 패트릭 매키버 애널리스트는 “타깃은 아마존에 독자적으로 맞설 수 있는 장기 전략이 있다”고 평가했다. 아마존이 타깃을 최적의 오프라인 파트너로 보고 인수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코넬 CEO는 “경쟁사의 행보보다 내 계획을 실행하지 못할 것이 걱정된다”며 “우리의 게임에 집중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설 기자 solidarit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