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달러화 가치가 약세를 면치 못하는 ‘이상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금리 오르는데, 왜 약달러일까?
미국 기준금리가 오르면 달러화 가치도 강세를 띠는 게 보통이다. 미국 채권금리 상승을 노린 글로벌 투자자의 달러 수요 등이 크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Fed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7년 만인 2015년 12월 금리를 연 0.25~0.5%로 인상한 데 이어 1년 뒤 다시 0.25%포인트 올렸다. 지난해엔 세 차례 기준금리를 올려 현재 연 1.25~1.50%를 유지하고 있다. Fed는 경기 과열과 인플레이션을 우려해 올해도 세 차례 정도의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해놨다.

그러나 최근 1년간의 달러인덱스 움직임을 보면 기준금리 상승과의 이 같은 상관관계가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달러인덱스는 유로, 엔, 파운드 등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지수다. 이 수치가 오를수록 달러화 강세를 의미한다.

Fed가 기준금리를 연 0.75~1.0%로 인상한 지난해 3월15일 100.740이던 달러인덱스는 이달 23일 89.883으로 약 10.7% 떨어졌다. WSJ는 “달러 강세를 예상했던 뉴욕 금융가의 많은 사람이 놀라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정부의 재정·무역수지 적자와 약(弱)달러 선호를 달러 약세 현상의 주된 배경으로 분석했다. 시린 하라즐리 미즈호은행 외환전략가는 “사람들은 왜 달러화가 빠르게 상승하는 미국 채권수익률의 덕을 보지 못하는지 확실한 답을 얻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재정적자 우려가 더 크기 때문에 달러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막대한 무역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약달러를 용인할 것이라는 전망도 기준금리와 달러화 가치 부조화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고 WSJ는 분석했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지난달 24일 “달러 약세가 무역과 기회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좋다”고 속내를 내비치기도 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