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장기집권을 가능하게 하는 헌법 개정이 추진되자 중국 안팎에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중국 내 저명 학자와 외신들은 “장기집권을 꾀한 독재자는 모두 비극적인 최후를 맞았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중국 관영 언론과 관변학자들은 시 주석이 ‘중국몽(夢)’을 실현하려면 안정적이고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일제히 지지하고 나섰다.
중국내서도 '시진핑 황제 부활' 비판… "김일성·무가베처럼 독재자 되려 하나"
◆쏟아지는 국내외 비판 목소리

중국 공산당은 26일 베이징에서 제19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19기 3중전회)를 열어 헌법에 규정된 국가주석 10년 임기 규정을 삭제하기 위한 논의에 들어갔다. 중앙위원회는 28일까지 헌법 개정안을 확정한 뒤 다음달 5일 개막하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 상정할 예정이다.

전인대는 한국의 국회에 해당하지만 중앙위 결정을 통과시키는 거수기 역할에 그친다. 이를 감안할 때 전인대에서 헌법 개정안이 통과될 것이 거의 확실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10년 임기 규정이 삭제되면 시 주석은 당초 2022년인 임기 만료를 넘어 장기집권할 길이 열린다.

중국의 저명 역사학자이자 정치평론가인 장리판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짐바브웨의 독재자 로버트 무가베 전 대통령을 예로 들며 시 주석의 장기집권 추진을 거세게 비판했다. 그는 “이론적으로 시 주석은 무가베보다 더 오랫동안 집권할 수 있겠지만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누가 알겠느냐”고 말했다. 37년간 독재를 한 무가베가 작년 11월 군부 쿠데타로 축출된 것처럼 시 주석 역시 비슷한 상황을 맞을지 모른다는 것이다.

중국 정치학자인 룽젠저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청나라 말기 군벌 위안스카이의 사진을 올리고 “중국 공산당원 8000만 명 중에 (시 주석의 장기집권을 말릴) 대장부가 한 명도 없고, 14억 국민은 구경꾼 노릇만 하고 있다”며 개탄했다. 위안스카이는 1911년 신해혁명으로 탄생한 중화민국의 권력을 장악했던 군벌이다. 1915년 스스로 황제 자리에 올랐으나 전국적인 반발로 이듬해 권좌에서 물러났다.

시사평론가 린허리는 “종신집권 추진은 비극의 시작”이라고 독설을 날렸다. 그는 “독재정권은 예외 없이 무너졌다”며 “충분한 권력을 갖지 못해서가 아니라 권력이 너무 커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결과 재앙이 초래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중국 네티즌은 “중국이 북한처럼 돼가고 있다”며 반발했다. 한 네티즌은 중국판 트위터로 불리는 웨이보에서 “시 주석이 영구집권하면 김일성 이래 김씨가 집권해온 북한과 다를 게 뭐가 있느냐”고 꼬집었다. 다른 네티즌은 “중국인이 온갖 고초를 겪으면서 혁명을 이뤄냈는데 결국 황제제도로 복귀하려 한다”며 “시진핑이 개헌에 성공한다면 그는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시진핑이 사리사욕을 채우려는 모습을 보니 그가 내세운 중국몽이 가증스럽게만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런 여론을 의식한 듯 중국 정부는 인터넷에서 개헌안을 비난하는 댓글을 차단했다.

◆중국 관영 언론은 ‘시비어천가’

공산당과 관영 언론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중국몽을 실현하려면 10년 임기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인터넷 광고를 통해 ‘두 번은 충분하지 않다’는 문구의 태그까지 달며 헌법 개정을 옹호하는 여론을 조성하려 애쓰고 있다.

신화통신은 이날 사설에서 “헌법은 국정 상황과 현실 등 시대에 맞춰 바뀌어야 한다”며 “끊임없이 새로운 형세에 적응하고, 새 경험을 흡수해 새로운 규범을 마련해야만 지속적인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도 1면 사설을 통해 “신시대를 맞아 중국 특색 사회주의를 견지하고 발전시키려면 헌법의 연속성과 안정성, 권위를 유지하는 기초 위에 개정이 꼭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도 ‘개헌은 이성적이고 신앙적인 것’이란 제목의 사설을 통해 개헌을 강력 지지했다. “국가주석의 2연임 (이상 금지) 조항을 없애는 것은 공산당 총서기와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이라는 ‘삼위일체’를 유지하고 공산당과 국가의 리더십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개정안이 국가주석 종신제의 부활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며 개헌이 시 주석의 장기집권을 위한 포석이라는 비판을 반박했다.

중국 관변학자들은 개헌이 신시대 중국의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하다며 환영했다. 쑤웨이 공산당 충칭당교 교수는 “중앙위의 2연임 이상 제한 조항 삭제 건의는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란 역사적 임무에 공헌한 것”이라며 “2020~2035년은 중국의 사회주의 현대화 건설에 아주 중요한 시기로 안정적이고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도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이라는 중국의 목표를 실현하려면 중앙집중적이고 통합된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이번 개헌안은 심사숙고해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