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은 지난 23일 발표한 대북 단독 제재 조치와 관련해 “이 제재가 실패하면 매우 거칠 수도 있는 2단계로 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2단계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미 언론들은 군사적 행동 가능성을 말한 것으로 해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맬컴 턴불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대북 제재가 효과를 내지 못할 경우 대책을 묻는 질문에 “내가 그 카드를 꼭 쓰게 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이날 북한과 중국, 싱가포르 등의 국적을 가진 해운·무역회사 27개, 선박 28척, 개인 1명을 대상으로 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대북 제재 방안을 발표했다. 제재 대상은 미국 내 자산 동결과 함께 미국과의 거래가 중단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2단계 조치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채 “2단계는 매우 거친 것이 될 수도 있고, 전 세계에 매우 불행할 수도 있다”며 “(오늘 발표한) 제재가 효과가 있기 바란다”고 말했다.

미 일간지 USA투데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군사행동 전망을 키웠다”고 보도했다. 의회 전문지 더힐도 “트럼프 대통령이 제재가 통하지 않을 경우 군사행동을 경고했다”고 해석했다.

일각에선 2단계가 군사옵션을 뜻한다고 하더라도 전면적인 군사행동보다는 미국이 한국, 일본 등 동맹국과 협조해 군함과 잠수함 등으로 해상 봉쇄를 하는 소극적 의미의 군사작전을 의미한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로이터통신은 “미 행정부가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태평양 동맹국들과 대북 제재를 위반한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에 대한 차단을 강화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정부가 해안경비대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배치해 이곳을 지나는 대북 제재 위반 의심 선박을 수색해 운항을 중단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통신은 미국이 북한과의 교역이 의심되는 선박을 더욱 철저히 차단하더라도, 전쟁 발발 리스크를 안고 있는 전면적 해상 봉쇄까지는 가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이 곧 제재 선박의 입항을 허용한 항구를 방문한 선박에 대해서도 미국 내 입항을 금지하는 제재를 조만간 취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신범철 국립외교원 교수는 “북한 해역이 넓기 때문에 미국이 북한과 교역하는 선박을 일일이 검색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제재 효과가 나타날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김채연 기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