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새 정부가 지난해 중단된 중국 주도 수력발전 댐 건설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이 댐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야심차게 추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의 핵심 사업 중 하나다. 주춤하던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다시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카드가 프라사드 샤르마 올리 총리는 전날 SCMP 계열 매체 디스위크인아시아와의 인터뷰에서 전(前) 정부가 중단시킨 25억달러(약 2조6700억원) 규모의 부디-간다키 수력발전소 건설사업을 되살리겠다고 밝혔다.

네팔 정부는 지난해 6월 중국 국유기업인 거저우바그룹과 1200㎿급 수력발전소를 짓기로 계약을 맺었다가 5개월 뒤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국경 문제를 놓고 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인도를 의식했기 때문이다. 네팔은 남쪽으로는 인도, 북쪽으로는 중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다.

당시 네팔에 이어 파키스탄도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CPEC)사업의 하나인 디아메르-바샤 댐 건설을 취소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네팔과 파키스탄이 인도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고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기 위해 사업을 중단했다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작년 말 치러진 네팔 총선을 통해 친중(親中) 성향의 좌파 연립정부가 들어서면서 댐 건설이 재개될 것이라는 예상이 꾸준히 제기됐다.

올리 총리는 “네팔의 석유 사용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며 “석유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수력발전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네팔은 풍부한 수력 자원을 보유하고 있지만 전력의 상당 부분을 인도에 의존해왔다. 네팔에서 사용하는 석유의 대부분은 인도에서 수입한다. 지난해 대(對)인도 무역적자 규모는 약 60억달러로 전체 무역적자의 80%를 차지했다.

올리 총리는 인도와의 관계를 의식한 듯 “인도와 개방된 국경을 통해 우리는 훌륭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도 “우리는 두 개의 이웃국가가 있다. 한 국가에만 의존하거나 하나의 선택권을 가지길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