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새 대통령에 노동운동가 출신
제이컵 주마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75)이 전격 사임하고, 집권당인 아프리카민족회의(ANC) 시릴 라마포사 대표(66·사진)가 신임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주마 대통령은 지난 14일 30분가량의 방송 연설을 통해 “당과 지지자들이 내가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기를 바란다면 수용해야만 한다”며 “남아공 대통령에서 즉각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작년 12월 라마포사 부통령이 ANC 대표에 선출된 이후 조기 사임을 종용한 당의 방식에 동의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주마 대통령의 사임을 주도한 라마포사 ANC 대표는 15일 신임 대통령에 취임했다. 남아공 의회가 이날 케이프타운에서 회의를 열어 그를 대통령으로 선출한 데 따른 것이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노동운동가 출신으로 남아공의 극단적 인종차별 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에 저항했던 인물이다. 1982년 12월 백인 정권에서 전국광산노조(NUM) 사무총장을 맡은 뒤 파업을 이끄는 등 민주화 투쟁을 벌였다. 1991년 ANC 사무총장에 선출됐고 1994년 5월 넬슨 만델라가 남아공의 첫 흑인 대통령으로 취임한 뒤 제헌의회 의장으로 활약했다. 이후 자원, 에너지, 부동산, 은행 등 다양한 분야에 투자하는 샨두카그룹을 창립했고 남아공맥주를 비롯한 거대 기업의 대표로 일했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현재 자산이 5억달러(약 5400억원)로 추정될 만큼 남아공에서 부유한 인물로 꼽힌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새로운 시대가 다가오고 있으므로 우리나라를 괴롭혀온 부정적인 것들을 모두 잊어야 한다”며 “우리는 새로운 국가를 건설하고 과거의 부당함과 현재의 불평등에 맞서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설 기자 solidarit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