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이 한국을 비롯한 주요 대미(對美) 무역흑자국에서 수입하는 제품에 ‘호혜세(reciprocal tax)’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한국을 겨냥해서는 “6·25전쟁 때 미국이 도와준 한국은 이제 우리에게 되갚을 수 있을 것”이라고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주지사와 시장 등에게 1조5000억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계획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그동안 우리를 착취한 나라들을 상대로 호혜세를 매기는 방안을 이번주 또는 이달 발표할 예정”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대미 수출국가가 미국산 제품에 매기는 만큼의 관세를 미국이 이들 국가 제품에도 동등하게 부과하겠다는 의미다. 호혜세와 관련해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대미 무역흑자국으로 중국 독일 일본 한국 캐나다 멕시코 등을 꼽았다. “그들 중 일부는 (외교·안보적으로) 우리 동맹이지만 통상에서는 동맹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중국 일본 한국에 (무역적자로) 어마어마한 돈을 잃었다”며 “그들은 어떤 처벌도 없이 자기들이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우리는 독일을 도왔고, 6·25전쟁 때는 한국을 도왔다”며 “그들은 이제 매우 부유해졌고, 우리에게 되갚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그의 전임자들이 너무 게을러 2차 세계대전과 6·25전쟁 이후 무역정책을 제대로 손질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 무역정책에 아무런 일이 없었던 것은 첫째 상상력이 없었고, 둘째 백악관과 다른 부처 전임자들이 게을렀기 때문”이라고 몰아붙였다. 이어 “하지만 그런 행태가 미국에 정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대로 둘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자신이 내건 ‘미국 우선주의’를 기반으로 해 한국을 포함한 대미 무역흑자국에 갖가지 청구서를 들이미는 셈이다.

백악관 고위관계자는 이날 CNN방송 인터뷰에서 “아직 공식적인 형태로 (호혜세와 관련해) 일을 진행하고 있지 않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자신이 누차 강조해온 상호호혜적 교역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신년 국정연설을 통해서도 “미국의 번영을 희생시키고 미국 기업과 일자리, 나라의 부를 해외로 내몬, 수십 년간 이어져온 불공정한 무역협상의 한 페이지를 넘기게 됐다”며 공정하고 호혜적인 무역관계 설정을 제시했다.

트럼프 정부의 통상압박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22일 한국산 등 수입 세탁기와 태양광패널에 세이드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해 30~50%에 이르는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미국의 요구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도 이뤄지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4월부터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을 대상으로 국가안보 침해 여부를 조사해왔다. 백악관은 오는 4월까지 관련 대응 조치를 결정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의원들과 만나 이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