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평양에 초청한 데 대해 ‘한·미·일 공조를 통한 대북 압박을 계속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 주요 언론은 북한의 제안이 한·미 동맹관계에 균열을 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은 10일(현지시간) 한국 방문을 마치고 전용기(공군 2호기)를 타고 귀국하며 기자들에게 “미국과 한국, 일본은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포기할 때까지 계속 고립시킬 필요성에 대해 빛 샐 틈이 없다”고 말했다. 또 “북한에 핵 포기를 압박하기 위해 쉬지 않고 할 일을 계속할 자신이 있다”고 덧붙였다.

펜스 부통령은 문 대통령이 자신에게 최근 있었던 북한 인사와의 면담에 대해 알려줬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 둘 다 북한에 최대의 경제적·외교적 압박을 하기 위해 강경한 태도를 견지하고 협력을 지속하자고 반복해서 말했다”고 강조했다.

백악관 측은 북한의 문 대통령 초청에 대해 “우리는 북한에 대한 통일된 대응을 위해 한국 측과 긴밀히 연락하고 있다”고 밝혔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도 블룸버그통신에 “북한 초청으로 미국의 대북압박 정책이 희석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펜스 부통령이 문 대통령과 평창동계올림픽 경기를 함께 관람할 때 북한 초청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그 문제를 논의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NYT)는 북한 초청과 관련, “남북한 간 화해 기대를 높였다”면서도 “최대한 강한 압박과 제재를 취해온 한·미 동맹에 균열을 낼 위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한국이 북한과 관계를 맺는 걸 말려왔다고 덧붙였다. NYT는 또 펜스 부통령이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 때 불과 몇 미터 떨어진 김영남, 김여정과 일절 얘기하지 않은 건 북한의 올림픽 출전이 한·미 사이를 이간질하려는 시도로 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초청이 북한의 핵 포기를 위해 ‘최대 압박’ 작전을 구사해온 트럼프 정부에 실망을 안길 것 같다”고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김정은이 정상회담을 위해 한국 지도자를 평양에 초청했다”며 “한국 정부엔 진퇴양난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