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국과 처음으로 액화천연가스(LNG) 장기 수입 계약을 체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통상 압박을 완화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국유 에너지기업 중국석유천연가스공사(CNPC)는 지난 9일 미국 LNG 공급업체 셰니에르에너지와 LNG 수입 장기 계약을 맺었다.

셰니에르에너지는 2043년까지 CNPC에 연간 120만t의 LNG를 공급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있는 사핀패스 LNG 수출터미널을 증설할 계획이다.

잭 푸스코 셰니에르 최고경영자(CEO)는 “세계에서 가장 크고 성장 속도가 제일 빠른 시장인 중국과 장기 계약을 체결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셰니에르와 CNPC는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 때 LNG 장기 공급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지난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이 된 중국은 다음달 위안화 표시 원유 선물시장을 개장한다.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는 3월26일부터 상하이선물거래소 산하 상하이국제에너지거래소(SIEE)에서 위안화 표시 원유 선물 거래를 시작한다고 지난 9일 발표했다.

중국 정부가 별도의 원유 선물시장을 여는 것은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나 영국 브렌트유 등 기존의 세계 원유시장 기준물이 아시아시장의 수급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위안화로 거래되는 선물시장을 활용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달러의 영향력을 줄이고, 위안화의 위상을 높이기 위한 의도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정부는 1993년 국내 투자자만 거래할 수 있는 원유 선물시장을 열었지만 변동성이 지나치게 커 1년여 만에 거래를 중단했다.

이후 2012년부터 국제 투자자도 참여시키는 방식으로 원유 선물시장을 재개장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증시와 외환시장의 불안이 이어지면서 적절한 개장 시기를 저울질해왔다.

컨설팅업체 에너지애스팩트의 마이클 메이단 분석가는 “이번에 개설 일정을 확정한 것은 금융시장 안정에 대한 중국 정부의 자신감을 보여준다”며 “다만 상하이 원유 선물시장이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가지려면 수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