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첫해인 지난해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미국의 대중 무역제재가 가속화할 것이란 관측이 힘을 받고 있다. 중국도 미국이 지난달 발동한 태양광패널·세탁기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에 공개적으로 완화 및 철회를 요청하며 반격에 나섰다.

미국 상무부는 6일(현지시간) 미국의 상품 분야 대중 무역적자가 지난해 3752억달러(약 408조원)로 전년보다 8.1%(282억달러) 늘었다고 발표했다. 이는 사상 최대 규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대중 무역적자를 두고 “지속 불가능하다”고 표현했다.

지난해 미국의 전체 무역적자(상품과 서비스)도 5660억달러(약 614조원)로 전년 대비 12.1% 증가하며 2008년 이후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작년 미 수입액은 2조9000억달러로 역대 최대였다. 수출 역시 달러가치 하락에 힘입어 전년 대비 5.4% 늘어난 2조3000억달러로, 역대 두 번째로 가장 많았다.

미국의 무역적자 증가는 소비가 살아난 영향이 크지만 이를 근거로 트럼프 행정부가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가속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해 수치가 무역적자 감축 공약이 성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 동시에 각종 무역제재를 지속할 명분이 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에스워 프라사드 코넬대 교수는 “대중 무역적자 확대가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수입 제한 규제를 촉진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웬디 커틀러 전 미국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도 이날 뉴욕에서 열린 아시아 소사이어티 주최 포럼에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는 초강경파”라며 “중국에 대한 무역제재 조치가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고 경고했다.

미 행정부는 지난해 8월 무역법 301조에 근거해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 조사에 들어갔다. 조사 결과를 근거로 미 기업이 본 피해에 상당하는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거나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도 이날 미국의 태양광패널·세탁기 세이프가드에 대한 양자협의 요청서를 WTO에 제출했다. 세이프가드에 따라 중국 무역에 발생하는 부정적 효과에 대한 적절한 보상도 미국 측에 협의를 요청했다. 양국 간 협의가 불발되면 중국이 WTO 분쟁해결절차(DSU)에 따른 제소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앞서 중국은 미국에서 수입된 수수에 대해서도 반덤핑 조사를 개시할 것이라고 밝히며 대대적인 무역 보복을 예고한 바 있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 4일 홈페이지 공고를 통해 미국에서 수입된 수수에 대해 반덤핑 및 반보조금 조사를 시작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