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남미 지역을 놓고 설전을 벌이고 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4일 중국을 남미의 ‘약탈자’라고 부른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에 대해 “누가 약탈자인지는 역사를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라며 맞받아쳤다. 신화통신은 이날 논평을 통해 미국 역사에서 남미 국가들과 맺은 불평등 조약을 일일이 열거했다. 170여 년 전 미국은 멕시코와의 전쟁을 통해 텍사스를 포함해 캘리포니아, 애리조나 등 원래 멕시코에 속한 거대 땅덩어리를 자국 영토로 편입했다고 신화통신은 지적했다. 이어 19세기 말에는 스페인과의 전쟁에서 쿠바로부터 관타나모를 영구 조차해 해군기지로 조성한 뒤 지금까지 돌려주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화통신은 또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들어서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폐기하겠다고 위협하고, 베네수엘라에 대해선 제재와 군사 위협에 나서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중국은 남미 국가들과 공동이익·호혜공영의 원칙에 따라 협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구상은 남미 국가들로부터 열렬한 환영을 받고 있다고 통신은 강조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도 사설에서 “미국이야말로 남미를 독점하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환구시보는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남미 투자를 점차 줄이고 있고, 남미를 미국의 ‘뒤뜰’ 정도로 여긴다”며 “이민정책에서도 남미 국가들을 가장 낮은 지위로 격하하고 아이티와 엘살바도르를 ‘거지국가’로 지칭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틸러슨 장관은 지난 1일 아르헨티나 페루 멕시코 콜롬비아 자메이카 등 남미 5개국 순방길에 오르기 전 텍사스대에서 강연을 하고 “오늘날 중국은 라틴아메리카에 발판을 마련하고 있으며 그들의 궤도에 이 지역을 밀어넣으려 경제적 외교술을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라틴아메리카에는 자국민에게만 혜택을 주려고 하는 신(新)제국주의 열강은 필요없다”며 “중국식 국가 주도 개발 모델은 과거 추억이며 이 지역의 미래일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