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정권이 핵무기 사용하고도 생존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없다"
"러' 핵위협 시 끔찍한 대가" 강경 입장…소형·저강도 핵무기 개발
오바마 정부 군축 기조와 결별…'핵전력 삼위일체' 현대화는 계승


미국 국방부는 2일(현지시간) 북한을 심각한 안보 위협으로 간주해 '정권의 종말'까지 언급하는 초강경 대응 입장을 밝힌 '핵 태세 검토 보고서'(NPR)를 발표했다.

8년 만에 나온 74쪽 분량의 이번 보고서는 북한과 이란, 중국에 대한 우려를 강조하면서도 전반적으로 러시아의 핵 위협에 대한 강경한 대처 입장을 표명한 게 특징이다.

보고서는 북한에 대해 "미국과 그 동맹들에 대한 명백하고 심각한 위협"으로 규정하면서 "미국과 동맹에 대한 북한의 어떤 공격도 정권의 종말로 귀결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또 "김정은 정권이 핵무기를 사용하고도 생존할 수 있는 어떠한 시나리오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북한이 핵 탄도미사일로 미국을 타격하는 능력을 갖추는 데까지 이제 겨우 몇 달 남았다"면서 "북한의 팽창하는 핵·미사일 프로그램은 재래식 군사작전 지원을 위한 핵 선제 사용(first use)의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또 "미국은 북한의 불법적인 핵 프로그램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으로 제거돼 핵무기 없는 한반도가 돼야 한다는 점을 재확인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우리는 다른 어떠한 국가나 비국가 행위자에 대한 핵무기 기술, 재료, 전문지식 이전에 대해서도 김정은 정권에 완전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이와 함께 "북한의 미사일 군사력이 확대되고 기동성이 늘어나고 있지만, 미국과 동맹국의 미사일 방어체제는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비한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미국은 발사 전 북한의 미사일능력을 약화하는 데 필요한 타격 능력과 조기경보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이어 "북한 미사일 위협보다 앞서 있기 위해 우리는 계속해서 이러한 방어능력을 향상할 것"이라면서 "동시에 중국 혹은 러시아와의 군비경쟁을 막기 위한 조치도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고서에는 이와 함께 "러시아의 크림반도 점령과 우리 동맹들에 대한 핵 위협은 러시아가 열강 경쟁으로 복귀하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갖췄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며 "러시아는 유럽에 대한 핵 공격을 위협한다면 받아들이기 어려울 정도로 끔찍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와 관련, 제임스 매티스 국방부 장관도 서문에서 "이 보고서는 러시아의 능력 확대 및 전략에 대한 대응 차원도 깔렸다"고 말했다.

보고서에는 러시아의 무기 개발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해상 기반의 새로운 종류의 핵무기 개발도 추진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한 가지는 전략잠수함에 장착된 장거리 탄도미사일 '트라이던트'를 변형하는 방식이며, 다른 하나는 지난 2010년 무기체계에서 배제된 핵 탑재 잠수함 발사 순항미사일(SLCM)을 다시 도입해 업그레이드하는 방식이다.

매티스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들 두 가지가 러시아 억지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냐'는 질문에 "우리는 핵무기 사용에 대해 거론해온 나라들을 억지시키고 있다"고 답변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미국 관리들은 SLCM이 북한의 위협에 직면한 한국과 일본을 안심시키고 러시아가 '중거리핵전력조약'(INF) 위반을 멈추도록 압박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이와 함께 새로운 저강도 원자폭탄 및 소형 핵무기 개발 추진 등 핵무기 체제 개편의 내용이 포함됐다.

이 역시 미국이 저강도 폭탄을 사용하는 나라들에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것이라는 러시아 등의 판단에 대한 맞불 차원이 있다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보고서는 미국 핵전력의 '삼위일체'로 불리는 육지의 대륙 간 탄도미사일(ICBM), 바다의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하늘의 전략 폭격기 등 핵무기 현대화와 미국과 러시아의 전략 핵탄두 보유량을 각각 1천550개로 제한한 전략무기 감축 협정 유지를 포함, 전임 오바마 행정부 시절의 핵무기 정책의 상당 부분을 계승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면서도 방위 정책에 있어 핵무기 통제와 핵 군축을 강조한 오바마 정부 정책과는 크게 차별화되는 것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미 의회 예산국에 따르면 이들 핵무기 현대화 관련 개발과 구매, 장기적 지원 등에 2046년까지 총 1조2천억 달러(약 1천303조8천억 원)가 들어갈 것으로 추산됐다.

다만 새 핵 태세 검토 보고서는 전략 핵무기 예산의 순증을 요구하지는 않았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미국의 인프라 시설을 노린 대규모 사이버 공격도 핵 대응을 정당화할 수 있는 공격 범위에 포함한다는 초안의 내용도 최종본에는 명시되지 않았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핵 태세 검토 보고서는 미국 핵 정책의 근간을 이루는 보고서로, 8년마다 발간된다.

지금까지 1994년 클린턴 행정부, 2002년 부시 행정부, 2010년 오바마 행정부 등 모두 3번 발간됐다.

이 보고서를 바탕으로 향후 5∼10년의 핵 정책과 관련 예산 편성이 결정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