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감세와 규제 완화 정책에 힘입어 중소기업 경기도 활기를 띠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임금 인상 계획을 세운 중소기업 비중이 지난달 24%로, 이는 1989년 12월 이후 최고치라고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자영업연맹(NFIB)이 지난달 1만 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빌 던켈버그 NFIB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정부가 지난해 규제를 완화하고 올해부터 세금을 낮추자 기업들이 숙련공을 구하고, 사업을 확대할 계획을 세우는 것으로 화답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 선순환 올라탄 미국… 임금 올린다는 중소기업 28년래 '최다'
“유례없는 수준이다”

미국 중소기업의 고용은 지난달 기업당 0.23명 순증했다. 숙련공을 찾는 일이 이들 기업의 가장 큰 고민거리로 떠올랐다. NFIB 조사 결과에 따르면 고용주 22%가 숙련공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인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이들 기업은 임금을 올리기로 했다. 임금 인상 계획이 있는 기업이 24%에 달했다. 임금을 인상한 기업은 31%로 2000년 12월 이후 가장 많았다.

신규 채용 계획을 세운 기업도 전체의 20%에 달했다. 건설, 제조, 교통·통신 분야와 전문직에서 신규 채용을 늘리겠다고 응답했다. 던켈버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NFIB가 조사를 시작한 이후 중소기업의 채용과 임금 지급이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은 미국 전체 민간 부문 고용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 고용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12월 실업률이 최근 17년 사이 가장 낮은 수준인 4.1%를 기록해 완전고용에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 노동부는 지난달 21일부터 27일까지 한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23만 건으로 전주 대비 1000건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1970년 이후 최장기인 152주 연속 30만 건을 밑돌았다. 신규 실업수당 신청이 30만 건을 밑돌면 일자리 증가세가 탄탄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경기 낙관론 팽배

중소기업 낙관지수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NFIB는 지난해 12월 중소기업 낙관지수가 104.9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1월은 107.5로, 1983년 7월(108)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한 뒤 소폭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투자가 늘고 실업이 줄어드는 등 미국 경기가 선순환에 접어들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정부는 올초부터 법인세 최고세율을 35%에서 21%로 대폭 인하했다.

금융회사 나티시스의 조지프 라보그나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감세 덕분에 올해 500대 우량 기업(S&P500)의 주당이익 합계가 7~8%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런 감세 효과를 기대한 기업들이 임금을 인상하고 투자와 고용을 속속 늘리고 있는 것이다. 미국실물경제학회(NABE)가 최근 기업 패널 119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는 좋은 예다. 향후 3개월 내 임금을 인상하겠다는 기업이 58%에 달했다. NFIB 조사에서 나타났듯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으로 온기가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물가 상승을 예상한 것도 임금 인상과 고용시장 개선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31일 Fed는 통화정책결정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올해 물가가 올라 중기적으로 2%(목표치) 부근에서 안정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