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 미사일 시설에 대한 미국의 제한적 타격을 뜻하는 '코피(bloody nose. 피 흘리는 코) 전략'이 최근 빈번하게, 더러는 지나칠 정도로 언론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특히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가 주한 미 대사에 내정됐다가 이 전략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낙마했다는 일각의 관측이 제기되고 익명을 요구한 미 백악관 관리가 "언론이 만든 허구"라고 이 조어를 일축했다는 보도까지 2일 나와 그 출처에 관심을 쏠린다.

북한 정권 혹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에 코피를 흘리는 공격을 가한다는 뉘앙스를 가진 이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한 언론은 영국 전국지 텔레그래프로 보인다.

작년 12월 20일 자 텔레그래프 인터넷판은 미국이 북한에 "피 흘리는 코" (형식의) 군사적 공격을 가하는 계획을 만들고 있다고 표현했다.

당연히 공격의 주된 이유는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막는 거로 거론됐다.

이 신문은 "피 흘리는 코"라고 직접인용 부호를 사용하고는, 다음 문장에서 백악관이 외교적 해법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우려가 이는 가운데 군사적 해법 준비를 높이고 있다고 믿을만한 소식통들이 말했다고 전했다.

맥락상 "피 흘리는 코"라는 용어도 이 소식통(들)이 직접 말한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코피 전략' 넌 누구냐 … 영국 일간지에 작년 첫 등장
이 어구의 전염력은 폭발적이었다.

이튿날 즉각 미 경제 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가 미국이 북한을 제한적으로 타격, 김정은의 코피를 터뜨리게 하는 걸 검토한다는 요지의 기사를 게재하며 이 용어를 그대로 옮겼다.

시사 주간지 뉴스위크는 지난달, 코피 전략이 국제법을 위반하는 것이라는 뉴욕대 로스쿨에 기반을 둔 웹사이트 '저스트시큐리티'의 전문가 분석문을 싣고 "트럼프는 김정은에게 코피를 흘리게 하기 전에 이걸 읽어야 한다"라고 경고했다.

그와 같은 국제법 위반의 근거 중 하나는 유엔 헌장 2조 4항이었다.

이 규정은 "모든 회원국은 국제관계에서 다른 국가의 영토 보전이나 정치적 독립에 대해, 또는 유엔의 목적과 양립하지 않는 어떠한 방식으로도 무력의 위협 혹은 행사를 삼간다"라고 못 박고 있다.

'코피 전략'은 이후 영향력 있는 핵심 뉴스통신사의 기사들로도 번져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제한적 대북 군사행동을 갈음하는 언어로 굳어진 것 같은 느낌마저 주고 있다.

VOA 방송에 이 용어를 언론이 만들어 낸 거라고 말한 관리는 "끊임없이 폭넓은 선택방안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히고, 북한 정권의 위협으로부터 모든 대응방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트럼프 행정부가 촘촘하게 준비하고 있다는 일각의 지적이 맞느냐는 물음에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기로에 선 한국'의 저자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대북 군사적 옵션은 한국은 물론 미국에 많은 희생을 초래할 것"이라며 "북한에 대한 경제적 압박이 훨씬 더 효율적으로 비용을 분산시킬 것"이라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