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호 포함 30분간 면담…"탈북자 내세워 대북 인권압박 본격화 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백악관으로 탈북자를 초청해 북한 인권 문제를 논의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탈북자 인권 카드를 활용해 북한 정권을 압박하고 국제적 고립을 극대화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미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국정연설에 등장했던 지성호(36)씨를 비롯해 최대 8명의 탈북자를 백악관 집무실에서 만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번 면담은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의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이 주선한 것이라고 WP는 덧붙였다.

미 자유아시아방송(RFA)은 한국과 미국에 정착한 탈북자 9명이 백악관에 초대돼 북한 실상을 전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RFA는 이 행사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관계자들을 인용, 2일 오전 9시부터 약 30분간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등 백악관 관료들과 북한 문제에 대해 논의한다고 전했다.
"트럼프의 새 대북압박 무기는 탈북자"… 8∼9명 백악관 초청
탈북자들을 백악관으로 초청한 것은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도 2006년 탈북자들을 백악관으로 불러 면담한 바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 국정연설에 탈북자를 초청한 지 며칠 만에 다시 백악관 면담을 진행한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그 배경에는 국정연설에서 '섬뜩한 북한 정권의 목격자'로 규정한 탈북자들을 대북압박 무기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영상리포트를 통해 "북한 김정은 정권을 겨냥한 트럼프 대통령의 새로운 무기는 바로 탈북자"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북한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오는 상징으로서 탈북자 지 씨를 국정연설 특별손님으로 초청한 것이라고 WSJ은 평가했다.

이 신문은 "지 씨는 이번 국정연설에 초청되면서 일약 유명 인사로 떠올랐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호명에 목발을 머리 위로 치켜들었고, 국정연설에서 가장 오랜 시간 기립박수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 씨를 비롯해 수많은 북한사람이 부유한 한국으로 탈북하고 있다"면서 "이들 탈북자는 북한 내부의 실상을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정보원"이라고 덧붙였다.

WSJ은 특히 북한 정권의 인권 실상을 알리려는 지 씨의 활동에 주목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 씨를 초청한 데에는 북한 정권의 잔혹성을 고발하고 본격적인 대북 인권압박에 나서겠다는 의미가 담겼다는 것이다.

지 씨는 2010년 남북한 청년들이 함께하는 북한 인권단체 '나우'(NAUH)를 설립해 대북 라디오 방송, 탈북난민 구출활동을 하고 있으며, 세계 각국으로 강연을 다니며 북한 인권 실상을 고발하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트럼프의 새 대북압박 무기는 탈북자"… 8∼9명 백악관 초청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