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포스트에 기고문…"대북 '코피 전략'은 美에도 위험"
제한타격 대안으로 "국제사회의 지속적 압력 통한 위압" 제안

차기 주한 미국 대사에 내정됐다가 갑작스럽게 낙마한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가 30일(현지시간) "대북 공격은 북한의 미사일 프로그램을 단지 지연시킬 뿐, 위협을 막지는 못한다"고 밝혔다.

차 석좌는 이날 미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에 '북한의 코피(bloody nose)를 터트리는 것은 미국인의 크나큰 위험을 수반한다'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나는 이 행정부 내 한 직위의 후보로 고려되던 시기에 이런 견해를 피력했었다"며 이같은 주장을 폈다.

'북한의 코피를 터트리다'는 표현은 미 행정부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른바 '코피 전략', 즉 북한의 핵 미사일 시험에 대응해 북한의 관련 시설을 정밀 타격하는 전략을 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WP는 앞서 이날 차 석좌의 주한 미 대사 내정 철회 사실을 전한 기사에서 바로 이 코피 전략을 둘러싼 차 석좌와 백악관의 이견을 철회 이유로 들었는데, 차 석좌가 직접 기고문을 통해 이를 확인한 셈이다.

차 석좌는 "한반도에서의 전쟁이 위험을 감수할 만하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지만 (대북) 공격은 북한의 미사일 개발과 핵 프로그램을 단지 늦출 뿐"이라며 "또한 공격은 (핵)확산의 위협을 막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악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차 석좌는 미국인이 한국에 23만여명, 일본에 9만여명 정도 거주하는데 북한의 포탄과 미사일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그 정도 규모의 자국민을 대피시키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분명히 하자면, 트럼프 대통령은 제정신이 아닌, 막을 수 없는 독재자에게 미국의 전력을 과시해 주눅들게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추측만으로 피츠버그나 신시내티 같은 미국 중간급 도시 인구에 맞먹는 미국인들을 위험에 빠뜨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미국인의 위험을 수반하는 '코피전략'의 대안으로 북한 비핵화를 위해 미국과 한반도 주변, 세계의 지속적 압력을 동원한 위압 전략을 제시했다.

차 석좌는 "이런 전략이 자멸적 대가 없이 제한적 타격과 잠재적으로 동일한 혜택을 가져오고 다른 장점도 갖는다"며 이 전략을 구축하는 데 필요한 4가지 요소를 열거했다.

차 석좌는 우선 트럼프 행정부가 대북 제재를 이어가기 위해 유엔 회원국과의 연합 체제를 지속적으로 강화하라고 주문했다.

또 통합미사일 방어 구축, 정보 공유, 대잠전·타격 능력 등 일본·한국 동맹군의 전력을 현저히 강화해 북한에 "한 나라에 대한 공격은 전체에 대한 공격"이라는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일본과 미국 전략자산을 동원해 북한 주변에 해상 연합전력을 구축함으로써 북한에서 핵미사일 관련 기술이 외부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으라고도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만약 북한이 먼저 공격할 경우 이를 상대하기 위해 물리력이 필요하겠지만 핵전쟁을 촉발할 수 있는 선제 타격을 통해서는 아니다"라며 미국은 지속적으로 군사옵션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 석좌는 "이러한 지속 가능하고 경쟁력 있는 장기 전략이 미국의 강점과 적의 약점을 이용하며 미국인 수십만명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주한 美대사 낙마' 빅터 차 "대북 타격으론 북핵 못 막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