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경제성장률이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럽연합(EU) 통계기관인 유로스태트는 30일(현지시간) “지난해 유로존 경제가 전년 대비 2.5% 성장했다”고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로존이 지난해 2.3% 성장률을 기록한 미국을 앞질렀다”며 “프랑스의 약진에 힘입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작년 유로존 성장률 2.5%… '마크롱 효과'에 미국 뛰어넘었다
2015년과 2016년의 유로존 경제성장률은 각각 2.1%, 1.8%였다. 같은 기간 프랑스 경제성장률은 각각 1.0%, 1.1%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난해 프랑스 경제성장률은 1.9%로 껑충 뛰었다. 2011년 이후 최고치다.

실업률도 2012년 이후 5년 만에 10%선 아래로 떨어진 9.7%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5월 취임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친(親)기업 정책이 주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WSJ는 “마크롱 대통령이 관료주의를 혁파하고 세금을 줄여줘 기업들이 두려움을 떨쳐내고 있다는 목소리가 재계에서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활력을 찾은 프랑스 기업들은 투자와 고용을 늘리며 사업 영역 확장을 노리고 있다. 세계 최대 건설장비 제조업체인 JCB의 프랑스지사에 따르면 건설업체들은 굴착기 등 장비를 임대에서 소유로 바꾸고 있다.

직원 600명 규모의 엔지니어링기업 아메트라그룹은 지난해 80명을 신규 채용한 데 이어 올해도 추가 채용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안느샤를로트 프레드누치 회장은 “마크롱 대통령의 (개혁)정책이 없었더라면 우리는 직원을 100명이나 더 뽑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북부도시 릴에서 기업출장을 취급하는 한 여행사는 “지난해 대선 무렵만 해도 하루이틀 뒤 출발하는 일정을 잡던 고객들이 지금은 4~5개월 뒤까지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경제성장률 호조에도 불구하고 유로존 경제는 여전히 적잖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WSJ는 유로존 인구가 고령화되고 있음에도 젊은 층의 20% 가까이가 아직 일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가 부채와 은행 시스템 개혁도 갈 길이 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로존을 대상으로 통상 압박을 강화할 조짐을 보이는 것도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8일 영국 ITV뉴스와의 인터뷰에서 “EU와 미국 간 무역은 매우 불공정하다”며 “이런 관계는 결국 EU에 큰 해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