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오른팔’ 왕치산 전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王岐山·70·사진)가 미국과의 무역분쟁을 해결할 ‘구원투수’로 화려하게 복귀할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최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대표로 선출된 왕 전 서기가 오는 3월 양회(兩會: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국가부주석직에 오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WSJ는 왕 전 서기의 역할을 이같이 분석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지도부와 가까운 관리들은 “왕 전 서기가 국가부주석을 맡든 어떤 다른 지위에서 시 주석에게 조언하든 미국과의 관계를 다루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왕 전 서기가 최근 몇 달 새 헨리 폴슨 전 미 재무장관을 비롯해 20년 이상 알고 지낸 미국 업계 지도자들을 만났다는 소식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고 WSJ는 전했다. 또 중국 관리들이 최근 몇 주간 중국 문제에 영향력 있는 미국인이 중국을 방문할 때 왕 전 서기와의 만남을 주선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니얼 러셀 아시아사회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왕 전 서기가 지난해 가을 미국 정부의 최고위 관리가 된 오랜 친구들을 많이 만났다”고 전했다. 부주석직도 왕 전 서기에게 외국 문제에 개입할 수 있는 자격과 필요한 보좌진을 둘 수 있는 조건을 갖추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중국 정치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WSJ는 중국에서 구원투수로 여겨지는 왕 전 서기의 재등판은 중국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의 관계를 불안정하게 여기는 시그널이라고 지적했다. 왕 전 서기는 1990년대 말부터 많은 영향력 있는 미국인과 두터운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국 관리는 “왕 전 서기는 거친 사람”이라며 “미국인들을 대할 때는 그런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진핑 1기의 반(反)부패 사령탑으로 강력한 실권을 과시했던 왕 전 서기는 지난해 10월 공산당 19차 전국대표대회에서 7상8하(七上八下: 67세는 유임하고 68세는 은퇴한다) 내규에 따라 19기 중앙위원으로 선출되지 못하고 퇴임했다.

오춘호 선임기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