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가치 급등으로 일본 정부에 비상이 걸렸다. 금융당국은 1년3개월 만에 엔고(高) 대책회의를 열었다.

가파른 엔고… 일본 금융당국, 1년3개월만에 대책회의
30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은행(BOJ)과 재무부, 금융청 및 주요 금융사 관계자들은 지난 29일 국제금융과 자본시장 관련 정보교환 회의를 4개월 만에 열었다. 회의를 사전에 공지하고 개최한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엔화 강세가 본격화된 2016년 11월9일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재무성 외환정책 실무 책임자인 아사카와 마사쓰구 재무관은 “환율 변동성이 커졌다는 것을 인식해 회의가 열렸다”며 “(최근 엔고 현상) 배경에 투기적 움직임이 없는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주시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 1월9일까지 달러당 112~113엔대를 유지하던 엔화값은 9일 BOJ가 장기국채 매입 규모를 축소한다고 밝히면서 달러당 111엔대로 뛰었다. 이후 달러당 110엔대를 정점으로 한동안 정체국면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24일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가 “물가가 목표치(2%)에 접근하고 있다”고 발언한 것을 계기로 다시 강세를 이어갔다. 양적 완화 정책 종료 시점이 다가오는 것으로 해석되면서 엔화값이 오른 것이다.

25일부터 껑충 뛴 엔화값은 4개월 반 만의 최고수준인 달러당 108엔대를 유지하고 있다. 엔화값이 올라가면 일본 기업들의 수출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뿐 아니라 일본 정부의 ‘탈(脫)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하락)’ 정책에도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있다.

시장에선 엔화가치가 더 높아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단기적으로는 지난해 최고치인 달러당 107.32엔보다 높아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카시 마오사무 씨티그룹 연구원은 “달러당 106엔대의 엔고·약달러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