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강(强)달러를 원한다”고 발언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또다시 요동쳤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달러 약세가 좋다”고 한 발언을 하루 만에 뒤집으면서 엔화, 유로화 등의 통화가치가 출렁거렸다. 국제 유가와 구리, 금 등 상품값의 상승 흐름도 끊겼다. 두 사람 간 엇갈린 발언으로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달러는 더 강해질 것”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한 C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달러는 점점 더 강해질 것이고 궁극적으로 강한 달러를 보길 원한다”고 말했다. 전날 므누신 장관이 “달러 약세가 무역과 기회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좋다”고 말한 것과 반대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므누신 장관의 언급에 대해 “정확한 성명을 읽어봤는데 맥락을 벗어나 잘못 해석됐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강달러 원한다"… 므누신 발언 하루만에 뒤집자 시장 '요동'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전해지자 글로벌 시장은 혼란에 빠졌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날 므누신 장관 발언에 1%가량 떨어진 88.438을 기록했다. 3년 만의 최저치였다. 25일 트럼프 대통령 발언이 전해지면서 급반등해 89.44로 치솟았다.

2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전장에 7원6전 오른 달러당 1066원2전에 거래되기도 했지만 오름폭이 줄어 5원3전 상승한 1063원9전으로 마감됐다. 전날 4개월 만에 최저치인 달러당 108.50엔까지 떨어졌던 엔·달러 환율도 오전장 한때 109.72엔까지 반등했다가 하락세로 돌아서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채권운용사 핌코의 토니 크레센지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트럼프 대통령이 행동으로 발언을 뒷받침할지 지켜봐야 하겠지만 (맞다면) 강력한 강달러 정책 지지 신호”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상품 가격에도 영향을 미쳤다. 25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3월물 서부텍사스원유(WTI)는 0.2% 하락한 배럴당 65.51달러에 마감했다. 미국의 원유재고가 10주 연속 감소한 영향으로 장 초반 상승세를 보였지만 트럼프 대통령 발언으로 달러가 강세로 돌아서자 내림세로 바뀌었다.

곳곳에서 쏟아진 비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므누신 장관의 달러 약세 용인 언급에 비판이 거세게 쏟아진 게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합의된 조항을 반영하지 않는 발언 때문”이라며 므누신 장관을 겨냥했다. 통화전쟁을 방지하기 위한 오랜 국제적 합의를 미국이 위반했다고 비난한 것이다. 드라기 총재는 이어 “(ECB 정책위원회의) 일부 위원도 우려를 표했다”며 “단지 환율뿐 아니라 전반적 국제관계에 관한 우려”라고 설명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드라기 총재의 이 같은 언급이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ECB에서 나온 가장 강력한 비판이라고 평가했다.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도 므누신 장관의 발언과 관련, “국제적 합의에 따라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도 “(환율은) 경제 기초체력을 반영해 안정적으로 움직이는 게 바람직하며 그것이 국제적 합의”라고 가세했다.

미국 내에서도 비난이 쏟아졌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의 레이 달리오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경제에 필요한 것은 달러 약세가 아니다”며 “달러 약세는 미국인의 구매력을 약하게 하고 부채 가치도 떨어뜨릴 것”이라고 비판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