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억달러 투자하면 영주권 제공' 투자이민 제도 문제점 조명

북한을 자금세탁을 도와 미국의 제재 대상에 포함된 중국인 부부가 미국에 투자이민을 시도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미국투자이민프로그램의 문제점이 조명되고 있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사법당국은 지난해 10월 중국 기업가 츠위펑(遲玉鵬)과 아내 장빙이 미 영주권이 주어지는 투자 기금에 50만 달러를 입금한 사실을 확인하고, 해당 기금을 압류했다.

또 워싱턴 검찰은 법원에 이들 부부의 투자금을 몰수할 수 있도록 승인해줄 것을 요청했다.

츠위펑은 자신이 세운 중국 회사를 통해 북한으로부터 석탄과 철강을 수입하고 그 대가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거래를 금지한 핵·미사일에 전용될 수 있는 이중용도 제품을 대신 구매해 북한에 제공한 혐의로 지난해 8월 미 국무부의 제재 명단에 오른 인물이다.

츠위펑이 북한에서 석탄을 수입해 벌어들이는 수익만 10억달러에 이른다는 것이 미 관계기관의 분석이다.
대북제재 대상 中 기업가, 미국 투자이민 시도했다 자금 압류
이런 인물이 미국에 투자이민을 시도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되면서 투자이민비자인 EB-5의 허점에 대한 논란도 재점화됐다.

EB-5 투자이민 프로그램은 미국에서 실업률이 높은 지역이나 지방에 최소 50만 달러를 투자해 미국인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면 투자자와 가족이 미 영주권을 획득할 수 있는 제도다.

미 국토안보부에 따르면 신청자 대다수가 부유한 중국인이다.

미 정부는 연간 신청인원을 1만명으로 제한하고 있으나 부유한 이민자만 취사선택하는 결과를 낳고, 원래 취지와 달리 경제적으로 불리한 지역이 아닌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지역에만 자금이 몰려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츠위펑 부부는 2015년 해당 기금에 50만 달러를 투자했는데 미 국무부의 제재 대상에 오른 뒤에도 사법당국이 기금 압류를 할 때까지 아무도 몰랐던 것으로 확인돼 논란을 키웠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북한에 대한 제재 수위를 높이며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도운 중국과 북한 기관 9곳과 북한 출신 개인 16명, 북한 선박 6척을 추가 제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