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탈(脫)석탄 정책으로 세계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 '탈석탄 정책' 파장… 천연가스 가격 급등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플랫츠의 JKM(Japan Korea Marker) 지표에 따르면 액화천연가스(LNG) 아시아 인도분 가격은 100만Btu당 11.70달러(15일 기준)를 기록했다. 2014년 11월 이후 최고치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에너지 정책 때문에 LNG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석탄 난방을 대기오염 주범으로 지목한 중국 정부는 지난해 베이징, 톈진, 허베이성과 주변 28개 도시 300만 가구에 “석탄 대신 천연가스로 난방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천연가스는 중국의 에너지 공급원 중 7%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정부는 이를 2020년까지 10%로 올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독일 은행 베른슈타인은 “현 추세를 감안하면 2020년 중국의 천연가스 수요는 2016년보다 50%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도 “2035년까지 천연가스 수요 증가세가 석유, 석탄보다 빠를 것”이라며 “중국 중동 미국이 수요 상승을 이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천연가스 소비가 증가하자 수입을 늘리고 있다. 지난해 중국의 LNG 수입량은 전년보다 50% 늘어 한국을 제치고 세계 2위 LNG 수입국이 됐다. 중국은 지난해 기준 연간 5600만t의 LNG를 수입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고 있으며, 2년 뒤에는 7400만t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러시아에서 들여오는 천연가스 파이프라인도 내년 완공 예정이며, 중국 내 천연가스 개발 역시 확대하고 있다.

중국 LNG 수요 급증에 글로벌 에너지기업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 LNG회사 셰니어에너지는 지난해 베이징에 사무소를 열고 천연가스 장기 판매계약을 맺었다. 말레이시아 국영에너지기업 페트로나스도 지난해 중국 남부지역에 LNG 판매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독일 가스 거래회사 RWE서플라이앤드트레이딩의 자비에 모레 글로벌사업부 대표는 “천연가스는 특정 도시나 산업에서 한번 쓰기 시작하면 가격이 올라도 계속 쓸 수밖에 없는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중앙정부 지시를 무리하게 따르다 보니 기존 시설을 철거해 놓고 가스 난방시설을 설치하지 못해 주민들이 추위에 떠는 일까지 발생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