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 내정자(사진)가 상원 인준을 통과했다. 파월은 다음달 3일 ‘세계 경제 대통령’으로 불리는 Fed 의장에 취임해 4년 임기를 시작한다. 파월은 퇴임하는 재닛 옐런 의장과 5년 이상 손발을 맞춰온 만큼 현재의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며 점진적 금리 인상을 추진할 것으로 관측된다.

미 상원은 23일(현지시간) 전체회의를 열어 파월 내정자 인준안을 찬성 84표, 반대 13표로 가결했다. 옐런 의장이 찬성 56표, 반대 26표로 통과했고 전임인 벤 버냉키 의장은 각각 70표, 30표를 얻었다. 로이터통신은 “최근 Fed 의장 인준 투표 중 가장 일방적이었다”고 평가했다.

파월은 변호사 출신으로 30년 만에 경제학 박사학위가 없는 첫 Fed 의장이 된다. 그는 점진적이고 신중한 금리 인상을 통해 금융시장의 충격을 줄여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어 ‘비둘기파’로 분류된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인 2012년 이사로 Fed에 합류해 그동안 양적완화 2기와 테이퍼링(양적완화 규모 축소) 시작, 2016년 말부터 시작된 다섯 차례 금리 인상 결정에서 지속적으로 찬성표를 던져 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파월의 과제는 미 경제가 과열돼 금리를 급히 인상하는 일이 없도록 적절한 수준에서 관리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로 경제성장세가 가팔라지면 금리 인상을 서둘러야 한다는 얘기다. 파월 내정자는 지난해 11월 상원 청문회에서 “필요하면 미래 문제에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대폭 강화된 금융규제 완화에 힘을 기울일 것으로 전망된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