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미테리 "북, 제재완화·군사훈련 연기 요구로 한국정부 어렵게 할 수있어"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 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마이클 그린 아시아 담당 선임 부소장은 23일(현지시간) "북한의 한미 간 이간질 전략이 먹힐 것으로 생각하지 않지만, 미국이 한미 동맹 관계에 의심을 던지게 하는 건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린 부소장은 이날 워싱턴DC의 CSIS에서 '평창 올림픽 관련 언론 브리핑'을 하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공세에 우려를 표명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북한의 관점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한미 FTA를 공격하는 것을 보고 매우 기뻐할 것이다.

북한 입장에선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며 "북한의 균열 전략이 작동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지만, 워싱턴이 그 가능성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린 부소장은 "한미 FTA는 경제적 이익에 관한 것이지만 근본적으로 한국에 대해 미국이 오랜 기간 지속해온 헌신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때문에 (미국이) 한미 FTA를 공격한다는 것은 미국이 동맹에 헌신적이라는 한국의 믿음 자체를 공격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의 이간질 전략 자체는 새로울 게 없다"면서도 "(북한에 대한) 예방적 군사공격을 할지를 놓고 미 행정부 내에서, 그리고 한미 간에 의견일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미 행정부의 태도는 북한의 구미를 더 당기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미 테리 한국 담당 선임연구원은 브리핑에서 북미 대화 견인을 위한 한국 정부 역할론과 관련, "역할이 있다고 생각하며 실제 문재인 정부가 매우 열심히 노력하고 있지만, 문제는 북한이 미국을 상대로 본다는 것"이라며 "우리가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재개할 경우 문재인 정부가 북한에 내주는 것 없이 협상 테이블로 끌어낼 수 있을지에 대해 확신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그는 "문 대통령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등 대선후보 시절보다 중도적 입장을 견지해왔지만, 북한은 한국 정부에 제재완화와 군사훈련 무기한 연기 등을 기대하며 매우 어려운 위치로 몰아갈 수도 있다"며 "문재인 정부가 이번 남북 해빙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미국 측에) 군사훈련 연기를 (추가로)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으며, 이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테리 연구원은 "한미 군사훈련이 재개된다면 위기 모드로 다시 돌아갈 수 있으며, 단거리, 중거리, 대륙간탄도 미사일 실험에서부터 대기권 핵실험에 이르기까지 (북한이 할 수 있는) 스펙트럼은 다양할 수 있다"며 "4∼5월쯤 긴장이 다시 형성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 CSIS부소장 "미, 한미 FTA공격 도움안돼… 북한이 기뻐할 것"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