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22일(현지시간) 수입 세탁기와 태양광 패널을 대상으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한다고 발표했지만 사실상 한국과 중국을 겨냥했다는 평가가 많다. 한국보다 훨씬 많은 대미 무역흑자를 내고 있는 일본은 별 영향을 받지 않게 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미흑자 한국의 3배인데 일본은 왜 보복 안 당하나
미국 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한국과 일본이 미국과의 교역에서 거둔 무역흑자 규모(상품 기준)는 각각 216억달러와 633억달러로 크게 차이났다. 대미 무역흑자 규모 3위인 일본은 10위인 한국에 비해 흑자가 세 배 가까이에 달했다.

이런 추이를 감안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2016년 대통령선거 기간 때부터 무역 불균형과 환율조작 ‘주범’으로 주로 중국과 일본을 내세웠다. 그는 취임 직후 “일본이 수년간 무슨 짓을 해왔는지 봐라. (환율로) 금융시장을 조작했고 미국은 바보처럼 지켜보고만 있었다”고 비난했다. 지난해 일본을 방문한 자리에서는 “미·일 무역은 공정하지도, 개방되지도 않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런데도 미국은 이번 세이프가드 타격권에 일본을 조준하지 않은 듯한 모양새를 취했다. 그동안의 미국 행보를 봐도 일본에는 ‘엄포’에 그치거나 실질적인 보복조치가 드물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가 ‘아베노믹스’로 엔저(低)정책을 펴왔지만 미국은 용인해주고 있다.

일각에선 아베 총리가 뉴욕 트럼프타워를 방문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전부터 통상외교를 적극 펼친 효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 핵문제 대응을 연결고리로 더욱 끈끈해진 두 나라 간 동맹관계를 반영했다는 시각도 있다. 다만 일부 전문가는 일본과 양자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원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통상 압박카드를 남겨두고 있다고 관측했다.

반면 한국에 대한 미국의 통상압박과 보복은 거세다. 트럼프 정부의 강압에 따라 한·미 FTA 개정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한국 외환당국은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을 우려해 원·달러 환율이 급격히 떨어져도 외환시장 개입을 꺼린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미국에 세탁기공장을 최근 준공했거나 새로 짓기로 했지만 세이프가드가 발동됐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