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방수장 동남아행…"중국 견제와 무기 판매"
중국 외교부장 중남미서 '일대일로' 협력 공세…러시아도 각축
미중 군사·외교 경쟁 가속… 상대 앞마당서 우군 확보전
최근 미군 구축함의 남중국해 접근과 중국을 경쟁자로 지목한 미국의 국방 전략 보고서로 갈등을 빚는 미국과 중국이 이번에는 상대방의 앞마당에서 우군 확보전에 나서 주목된다.

미국의 국방수장이 중국의 앞마당인 동남아시아의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을 방문해 군사 협력 확대에 나선 가운데 중국의 외교 수장은 미국의 턱밑인 남미에서 외교 장관들을 모아놓고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홍보전을 벌여서다.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 장관은 지난 22일 인도네시아를 이틀 일정으로 방문한 데 이어 베트남도 찾는다.

매티스 장관은 이번 순방에 앞서 "'평화'라는 뜻의 태평양이 평화롭게 유지돼 이 바다를 공유하는 모든 나라가 번영하기를 바란다"며 아시아국가 주권 존중을 강조했다.

동남아 국가들과 남중국해 영유권 갈등을 빚는 중국을 겨냥한 것처럼 보인다.

최근 미국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해역에서 '항행의 자유' 작전을 펼치다가 중국의 강한 반발을 사는 가운데 매티스 장관의 순방이 이뤄져 주목받고 있다.

중국 봉쇄 성격이 강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안보 분야에서 구체화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특히 미국의 전통 우방인 필리핀이 지난 21일 남중국해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갈등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선언함에 따라 미국으로서는 베트남의 손을 더 강하게 잡아야 하는 상황에 부닥쳤다.

남중국해 영유권을 놓고 중국과 갈등의 골이 깊은 베트남은 미국을 우군 삼아 중국을 견제한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매티스 장관은 응오 쑤언 릭 베트남 국방부 장관을 만나 미 항공모함의 베트남 방문 일정, 미국산 무기 공급 방안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3월로 예상되는 미 항공모함의 베트남 방문은 1975년 베트남전 종전 이후 43년 만에 처음으로, 중국 압박 효과가 클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작년 11월 베트남 방문 시 양국 무역 불균형 해소책의 하나로 미국산 무기 구매를 요구한 점에 미뤄볼 때 후속 방안이 회담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미중 군사·외교 경쟁 가속… 상대 앞마당서 우군 확보전
이런 가운데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22일 칠레 산티아고에서 개최된 '중국-남미 포럼 제2회 장관급 회의'에 참석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의 축하 편지를 대독하는 등 남미 국가들을 포섭하는 데 공을 들였다.

왕이 부장은 이날 개막사에서 "중국은 일대일로 공동 건설을 계기로 남미와 협력 기틀을 강화하고 혁신적인 발전을 이끌 용의가 있다"면서 "중국은 남미와 함께 육지와 바다의 대통합 건설을 진행하며 개방적인 시장을 육성하고 양자 협력의 새 장을 열어 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중국-남미 협력 공동 행동 계획'과 '일대일로 특별 성명'을 채택하는 등 중국이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중국은 최근 아프리카에 이어 남미에 대한 공략도 강화해 파나마와 전격 수교해 미국에 큰 충격을 줬으며 페루와 브라질을 잇는 남미 횡단 철도 사업에도 진출하는 등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런 미국과 중국의 세력 확대 틈바구니에서 러시아의 움직임도 눈길을 끌고 있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지난 20일부터 동남아 국가인 미얀마, 라오스, 베트남을 잇달아 방문했다.

쇼이구 장관은 미얀마 국방장관과의 회담에서 양국 군사협력 확대에 합의했으며 미얀마는 러시아산 신형 4.5세대 다목적 전투기 수호이(Su)-30 6대를 사기로 했다고 알렉산드르 포민 러시아 국방차관이 밝혔다.

쇼이구는 뒤이어 라오스를 방문해서도 "군사 및 군사기술 분야 협력이 양국 관계의 중요한 구성요소"라고 강조하면서 자국 무기 구매를 촉구했다.

베트남은 그동안 러시아로부터 킬로급 공격용 잠수함 6척을 도입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도서인 파라셀 군도(중국명 시사<西沙>군도, 베트남명 호앙사 군도)와 스프래틀리 제도(중국명 난사<南沙>군도, 베트남명 쯔엉사 군도)를 마주 보는 베트남 중부 깜라인 만에 배치한 것으로 파악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