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한국경제신문의 산·학·언 특별취재단이 중국 선전시에 있는 화웨이 본사 전시관에서 직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선전=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지난 15일 한국경제신문의 산·학·언 특별취재단이 중국 선전시에 있는 화웨이 본사 전시관에서 직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선전=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중국 선전시 바오안국제공항에서 차를 타고 서남쪽으로 20분가량 가면 첸하이자유무역구가 나온다. 선전시 정부가 홍콩과 합작해 15㎢ 규모의 금융·물류 중심지로 조성하고 있는 곳이다. 첸하이자유무역구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곳은 중심부에 있는 ‘청년드림팩토리’다. 2013년 7월 선전시 정부가 첸하이관리국과 선전청소년연합, 홍콩청소년연합과 함께 청년 창업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허브다. 이곳에서는 창업 공간부터 투자 자금 유치, 시장 개척, 세금 혜택 지원까지 스타트업을 위한 토털 서비스를 제공한다.
선전 곳곳에 창업지원 기관… 시정부 보조금만 100여개
창업 지원기관 100여 개 달해

청년드림팩토리에서는 18~45세의 청년이 창업한 스타트업 130여 곳이 정보서비스, 정보기술(IT), 문화콘텐츠, 물류서비스 등 분야에서 혁신적인 실험을 하고 있다. 선전시 정부는 앞으로 입주 기업을 200곳까지 늘릴 계획이다.

선전시는 드림팩토리에 자리잡은 스타트업에 대출을 알아봐 주고 각종 감세 혜택을 제공한다. 선전에 있는 투자기업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돕는다. 상당수 스타트업이 정부의 도움을 받아 최소 10만위안(약 1670만원)에서 최대 1000만위안(약 16억7000만원)까지 투자를 받았다. 이곳에 들어온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입주부터 증시 상장 과정까지 융자, 회계, 법률, 투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원스톱 컨설팅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며 “입주 기업 직원을 위한 숙박시설까지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선전에는 드림팩토리와 같은 창업지원 기관이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아이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선전에는 중앙정부와 성(省), 선전시로부터 정책 지원과 인증을 받은 창업지원 기관이 100여 개에 달한다.

바이오헬스·로봇 등 미래 산업에 아낌없이 투자

선전시는 창업 진입 장벽 완화, 기술 개발, 홍콩 자원 연계, 우수 인재 유치 등을 통해 창업을 지원한다. 경제특구 지정 초기에는 기업 매출에 15% 세금을 매겼다. 다른 지역의 25%에 비하면 파격적인 혜택이다. 1980년대 후반에는 토지 사용권 거래도 허용했다.

2013년엔 중국 지방정부 처음으로 사업자 등록제도를 개편했다. 최저 납입자본금을 없앴고 선등록·후허가제로 바꿨다. 대학생이 창업할 때 개인에겐 최대 10만위안, 단체에는 50만위안까지 제공했다. 이 같은 정책을 편 이후 선전의 기업 및 자영업자 수는 87만6000개로 이전에 비해 176% 늘었다.

2009년부터 선전시는 IT, 바이오, 신소재, 문화창의, 에너지 절약, 환경보호 등을 7대 전략산업으로 정해 분야별로 연간 5억위안씩 총 35억위안을 지원하고 있다. 2014년부터는 바이오헬스, 해양, 항공우주, 로봇, 스마트기기를 5대 미래산업으로 지정해 추가로 연간 15억위안의 재정을 투입했다.

기초연구 등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상 정부 보조가 허용되는 프로젝트는 무상으로 지원한다. 기업이 주도하는 핵심기술 연구에는 조건부 장려금을 준다. 시장경쟁 분야 프로젝트의 경우 대출 이자 지원과 담보 제공 등을 보조하거나 지분투자 형태로 정부 지원금을 지급한다.

외부 인재 선전 정착 땐 2억5000만원 지원

선전시는 연구개발(R&D) 투자에서 중국 도시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2016년 기준으로 지역내총생산(GRDP)의 4.1%를 R&D에 쏟아부었다. 한국(4.29%), 이스라엘(4.11%)보다는 낮지만 일본(3.58%), 핀란드(3.2%)보다 높은 수치다.

적극적인 R&D 투자는 △특허 신청 건수 10만5481건 △발명 특허 건수 1만6957건 △특허 협력조약 1만3308건이란 결과로 이어졌다. 선전의 특허 신청 수는 중국 도시 중 가장 많다. 2016년 국제 특허 출원 건수는 1만9647건으로 전년 대비 44.7% 증가했다. 선전시는 최근 ‘제13차 5개년 계획’을 세워 2020년까지 R&D 투자 비중을 GRDP의 4.25%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우수 인재 유치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중앙정부와 별도로 2011년부터 ‘공작(孔雀)계획’을 세워 첨단 기술산업 관련 해외 인재를 끌어들이고 있다. 중앙정부의 ‘천인(千人)계획’을 통해 선발된 인재가 선전시에 정착하면 국가 보조금(100만위안)과 별개로 150만위안을 준다. 이들에겐 최고 50만위안의 창업 자금과 임대아파트도 제공한다.

선전에 진출한 국내 기업의 한 관계자는 “선전에서 창업은 민간이 주도하고 있다”며 “정부는 창업 리스크를 줄이고 규제를 완화하는 등 창업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역할에 집중한다”고 말했다.

선전=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