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조업의 상징’ 제너럴일렉트릭(GE)이 그룹 해체를 통한 초유의 구조조정을 추진한다. 잭 웰치, 제프리 이멜트 등 전설적 경영자의 지휘 아래 전력, 헬스케어, 금융, 디지털 등 다양한 사업을 벌여온 GE는 수십 년간 누적된 과도한 투자와 경영 오판이 겹치며 해체 위기에 처했다.

존 플래너리 GE 최고경영자(CEO)는 16일(현지시간) 콘퍼런스콜에서 “회사 잠재력을 극대화할 최상의 구조를 찾겠다”며 올봄 분할을 포함한 중대 결정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핵심사업인 전력과 항공, 헬스케어 등을 분사 또는 분리 후 매각(spin-off)해 회사 가치를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웰치 전 회장 시절부터 구축해온 그룹이 해체된다는 의미다.

이 같은 구상은 전체 사업의 약 30%를 차지하는 GE캐피털이 지난해 4분기 62억달러(약 6조6000억원)에 달하는 세후 손실을 발표한 뒤 나왔다. GE캐피털은 10년 전 매각한 보험사업 부실을 메우기 위해 7년간 150억달러를 추가 투입해야 한다고 밝혀 시장에 충격을 줬다.

GE의 추락 원인으로는 비행기 랜딩기어부터 병원 인큐베이터까지 제조하는 ‘문어발식 경영’이 지목된다. 로버트 살로몬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는 월스트리트저널에 “GE는 구시대 유물 같은 회사”라며 “웰치 전 CEO를 추앙한 탓에 다른 기업은 모두 실패한 문어발식 확장을 해왔다”고 말했다. 다양한 사업이 시너지를 냈을 때도 있지만 지금은 각 사업에서 발생한 손실이 그룹 전체에 타격을 주고 있다.

지난해 8월 이멜트의 후임으로 취임한 플래너리 CEO는 회사를 전력과 항공, 헬스케어 등 3대 핵심사업 위주로 재편하고 있다. 철도, 조명사업 등을 매각하고 전력사업에선 1만2000명을 감원 중이다. 대공황 때인 1938년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11월 배당금을 대폭 삭감하기도 했다.

GE는 다음주 작년 4분기 실적을 발표하지만 전망은 어둡다. 이날 GE 주가는 2.9% 내렸다. 지난 1년간 다우지수가 29.8% 오를 때 40.2% 폭락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