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 브렉시트'땐 스코틀랜드 연간 19조원 손실"
영국이 유럽연합(EU) 단일시장 및 관세동맹에서 완전히 탈퇴하는 이른바 '하드 브렉시트(Hard Brexit)'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경우 스코틀랜드에서만 연간 13조원의 손실이 발생한다는 내부 분석이 나왔다.

영국과 EU 간 브렉시트 2단계 협상을 앞두고 영국 내부에서조차 브렉시트를 둘러싼 논란이 가중되는 양상이다.

15일(현지시간) 영국 경제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니콜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은 이날 이같은 내용의 브렉시트 영향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이 EU와 아무런 무역 협정을 맺지 않고 이탈할 경우 스코틀랜드에서 2030년까지 연간 127억파운드(한화 약 18조6천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국내총생산(GDP)의 8.5%로 국민 1인당 2천263파운드(332만원)의 손실을 떠안게 된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만약 영국이 EU-캐나다 모델과 비슷한 무역협정을 체결하면 손실액은 연간 90억파운드(약 13조2천억원), GDP의 6.1% 정도로 줄어들고, 노르웨이 모델을 따라갈 경우 연 40억파운드(약 5조9천억원), GDP의 2.7% 규모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분석됐다.

EU-캐나다 FTA인 '포괄적 경제무역협정(CETA)'은 자유로운 교역 측면에서 영국 측이 원하는 영-EU FTA 수준에 크게 부족한 모델이다.

CETA는 서비스 교역에 제한을 두고 있는데 영국 경제의 80%가량은 서비스 부문이 차지하고 있다.

노르웨이 모델은 EU 규제를 따르고 노동의 자유이동을 보장하는 대신 EU 단일시장에 대한 완전한 접근권을 갖는 것이 특징이다.

노르웨이는 스위스 등 비(非) EU 4개국으로 구성된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회원국인데, EFTA가 EU와 유럽경제지역(EEA)을 맺고 있다.

스터전 수반은 이날 공개된 보고서를 토대로 EU에 남는 것이 영국과 스코틀랜드에 가장 좋은 일이지만 이것이 불가능하다면 적어도 단일시장에 대한 접근은 필수불가결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의회의 다수는 단일시장 지위 유지를 찬성하고 있다"면서 영국 정부가 '하드 브렉시트'를 택하지 않도록 하원 등이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따라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가 어떤 입장을 취할지에 관심이 쏠린다고 FT는 전했다.

코빈 대표는 그동안 '일자리 우선(jobs first)' 브렉시트가 필요하다고 밝히면서도 단일시장과 관련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나타내지 않았다.

그는 ITV에 출연해 "단일시장 유지 여부는 EU 회원국으로 남느냐에 달려 있다"면서 사실상 EU를 탈퇴한 뒤 단일시장 접근권을 갖기 쉽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스터전 수반은 그러나 노르웨이 사례를 들면서 코빈 대표의 발언은 '고의적인 왜곡'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반면 브렉시트 찬성파들은 이같은 노르웨이 모델에 대해 엄청난 비판을 가하고 있다.

노르웨이 모델을 채택할 경우 계속해서 EU에 재정적인 기여를 해야 하는데다 EU 회원국 주민들의 자유로운 이동 역시 보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스코틀랜드 주민들은 자유로운 이동에 반대하는 의견이 더 우세하다.

스코틀랜드 자치정부가 공개한 이날 보고서가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전에 발표된 영국 재무부 보고서와 비슷한 결론인 만큼 큰 반향을 일으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FT는 분석했다.

조지 오스본 당시 영국 재무장관은 브렉시트 후 EU와 캐나다 모델의 협정을 체결할 경우 영국 경제의 생산량은 6.2% 감소하고 가구당 4천300파운드(약 630만원)의 손실을 입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스터전 수반은 "브렉시트 후 캐나다 모델 이상의 협정을 체결하더라도 단일시장에 남아있는 것 만큼의 혜택은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