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약세가 심해지고 있다. 투자자가 오를 만큼 오른 미국 대신 경기 회복세가 본격화하고 있는 유럽과 일본, 신흥국에 대한 투자에 나서고 있어서다. 이들 국가의 긴축 움직임도 상대적으로 달러 가치 하락을 부채질한다. 달러 약세는 미 국채 금리를 높이고, 유가 구리 등 원자재 가격도 끌어올리고 있다.

외면받는 달러… 경기회복 가파른 일본·유럽에 베팅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ICE 달러인덱스는 지난 12일 3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인 90선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달러 가치가 2003년 이후 가장 큰 폭인 10%가량 떨어진 데 이어 올해도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달러화가 ‘냉대’받고 있다”며 “원인은 유럽 일본 등의 경기 회복세가 가팔라지면서 상대적 투자 매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은 지난 10년간의 양적완화를 끝내고 긴축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 TD증권의 마크 매코믹 외환전략가는 “달러 약세는 글로벌 체제 변화 중 하나”라며 “유럽 일본 등이 투자 선호 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다우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이어가고 있지만, 해외 증시에 비해선 상승폭이 떨어진다. 이미 많이 올라서다. 이는 투자자가 미국 시장을 후순위로 보고 있음을 시사한다.

달러 약세 원인 중 하나는 미국의 재정 적자가 감세로 인해 악화될 가능성이 커서다. 재정 적자가 확대되면 국채 발행이 늘어나 달러 가치는 떨어지게 된다. 골드만삭스와 JP모간은 미국의 재정 적자가 2017년 6640억달러(국내총생산의 3.4%)에서 올해 1조달러(5%)로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과거라면 달러 지지 요인이 됐을 경제지표 발표가 나오고 있지만 달러는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몇 주간 미 국채 수익률도 꾸준히 올랐지만 달러 하락세를 멈추진 못했다.

달러 약세가 당연한 흐름이란 분석도 있다. 2011년 저점 이후 달러 가치는 25% 이상 치솟은 상태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도 약(弱)달러를 선호한다.

하지만 일부에선 달러 가치가 더 떨어지면 미 경제에 대한 신뢰가 낮아질 것을 우려한다. 달러 약세는 미 증시의 거품 논란을 촉발할지도 모른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