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 한국인 이학래씨 삶을 작품에…日 호세이대학생 8명 제작
일제 징집 포로감시원 후 BC전범 된 '韓 92세 삶' 다큐로 나와
일본 대학생들이 일제의 포로 감시원으로 동원됐다가 전후 이른바 BC급 전범이라는 멍에를 짊어진 한국인의 삶을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고 아사히신문이 15일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14일 도쿄(東京) JR이다바시역 주변 건물에선 호세이(法政)대학 국제문화학부 스즈키 야스시(鈴木靖) 교수가 지도하는 3학년 학생 8명이 만든 다큐멘터리를 보여주는 조촐한 모임이 열렸다.

다큐멘터리의 제목은 '전후 보상에 숨겨진 부조리-한국인 전(前) BC급 전범의 싸움'이었다.

BC급 전범은 국제 군사재판소 조례 및 극동 국제군사재판 조례의 전쟁 범죄 유형 B항 '보통의 전쟁범죄' 또는 C항 '반인륜 범죄'에 해당하는 범죄자를 말한다.

학생들은 일본의 한반도 강점기에 포로 감시원으로 동원됐다가 BC급 전범이 된 재일 한국인 이학래(92) 씨의 삶을 작품에 담았다.

전날 모임에는 이 씨를 지원하는 20여명이 자리를 함께했다.

이 씨는 17세였던 1942년 일제에 징집돼 포로 감시원으로 태국에 보내졌고, 전후 전범 재판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후 감형돼 출소했다.

일본 국적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전쟁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일본 정부의 보상 대상에서 제외된 이씨는 이후에도 이와 관련해 입법화 운동을 펴왔다.

신문 기사를 통해 이 씨의 삶을 접한 학생들은 지난해 9월 자료를 조사하고 이 씨를 인터뷰해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영상을 촬영한 한 학생은 "숨진 동료(전쟁 피동원자)들의 원통함을 풀어 명예를 회복하고 싶다"고 반복하는 이 씨의 말이 가슴에 남았다고 한다.

또 다른 학생은 "솔직히 일본인이 언제까지 계속 사죄해야 하느냐는 마음이 있었지만, 시선을 돌려야 한다고 깨닫게 됐다"고 신문에 말했다.

다큐멘터리의 내레이션은 이 씨가 고령임을 고려해 "함께 활동을 계속해 온 동료도 이제 3명 남았다"며 "조기 해결이 요구되는 문제에 우리 젊은이들은 어떻게 마주해야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마지막으로 던졌다.

다큐멘터리를 지켜본 이 씨는 "나이 차가 많이 나는 젊은이들에게 내 생각이 전해진 것처럼 느꼈다"고 말했다고 아사히는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