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이 예상보다 빠른 긴축 전환 가능성을 시사했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장기국채 매입 규모를 줄이겠다고 발표한 지 이틀 만이다. 미국을 시작으로 한 글로벌 통화 긴축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ECB도 양적완화 조기종료 시사… 글로벌 긴축 확산
파이낸셜타임스(FT)는 11일(현지시간) 공개된 지난해 12월 ECB의 통화정책회의록을 인용해 “ECB가 통화정책 방향성을 미리 제시하는 ‘선제적 안내(forward guidance)’를 연초 재검토할 계획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ECB는 회의록에서 이전까지 ‘회복’이라고 표현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경기를 ‘확장’으로 고쳐 평가했다. 2017년 유로존 경제성장률 추정치를 2.4%로, 2018년 전망치는 2.3%로 상향 조정했다.

회의록에 따르면 ECB는 또 “물가상승률이 목표치 수준에 도달하면 채권 매입 계획이 바뀔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전문가는 이런 점에서 양적완화가 9월 이후에도 이어질 가능성을 낮게 내다봤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제니퍼 매퀀 이코노미스트는 “(ECB의 움직임은) 예상보다 빠르다”며 “ECB가 테이퍼링(자산 매입 규모 축소)을 하는 대신 9월에 아예 매입을 중단하겠다는 의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FT도 세계 경기 회복에 대한 자신감이 커지면서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해온 ECB의 양적완화 통화정책이 예상보다 일찍 끝날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자 ECB는 경기 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제로(0) 수준으로 낮추고, 2015년부터는 매월 800억유로 규모의 국채 등 채권을 매입하며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해왔다. 지난해 10월 통화정책회의에서는 월 600억유로인 채권 매입 규모를 300억유로로 줄이고 매입 종료 기간을 오는 9월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ECB가 조기에 양적완화를 중단하고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유로존으로 자금이 몰릴 것이란 전망에 유로화는 이날 강세를 보였다. 유로화가치가 전날보다 0.8% 상승한 유로당 1.20달러 선에 진입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